웹사이트 상위노출 술에 취하고 풍류에 취하다···가을엔 안동, 이 맛이 안동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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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 행복이이 연락처 연락처 : E-mail E-mail : djnfgsdj344hg@naver.com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5-10-09 12:16본문
나라 안 선비의 절반이 거주하던 영남에서도 특히 ‘선비의 고장’으로 불린 안동 사대부 집안에 술 향이 가득한 날은 제삿날이었다. 제례에 올릴 술을 담그는 날에는 몸가짐까지 반듯해야 했다. 발효된 술을 증류해 한 방울씩 모아 만드는 증류주는 귀할 수밖에 없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빚은 술은 조상을 받드는 데 쓰이고, 손님을 대접하는 접빈의 미덕으로 이어졌다. 이 봉제사접빈객 전통은 오늘날 안동소주의 역사와 품격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1200년 전 신라 시대에 증류 기술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예부터 가양주라 하여 제사나 손님 접대에 술을 직접 빚어 올렸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가양주를 금지해 명맥이 끊길 뻔했고, 1960년대에는 먹을 쌀조차 부족해 술 빚기가 주춤했습니다. 그러나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계기로 전통주 발굴이 본격화되면서 안동소주가 문화재로 지정됐지요.”
안동에는 현재 9개의 안동소주 브랜드가 있다. 이 가운데 ‘민속주 안동소주’는 ‘조옥화 소주’로 잘 알려져 있다. 공장 한가운데 자리한 박물관은 조옥화 명인의 전통 안동소주의 복원 성과를 상징한다. 조 명인은 1987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됐으며, 2020년 별세 후에는 아들 김연박 명인이 뒤를 이었다. 김 명인은 “1990년만 해도 새벽부터 소주를 사기 위해 줄을 섰고, 국수 장수와 빵 장수까지 몰려들 정도였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는 “술맛을 좌우하는 것은 누룩”이라 강조한다. 특허청에 등록된 누룩 성분을 자랑하는 이는 화학과 출신 아내 배경화씨다. 명인과 무형문화재 부부는 방문객들과 누룩 틀 밟기 체험을 능숙하게 진행하며, 투어 말미에는 직접 빚은 소주 시음을 제공한다. 고두밥과 누룩을 섞어 자연 숙성시킨 술을 소줏고리(증류기)에서 증류해 “맛과 향이 가장 좋은” 45도에 증류를 마치는 소주는 알싸하고 스파이시한 풍미를 내 한식과 훌륭한 궁합을 이룬다. “술과 음식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하는 만큼 이 박물관에서는 전통 음식도 비중 있게 소개하고 있다. 1999년 4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내한 당시 일가가 준비했던 생일상을 재현해 놓은 기록도 둘러볼 수 있다.
“옛날에는 소줏고리가 마을에 한두 개 있을까 말까 했는데, 값으로 치면 쌀 네 가마니에 해당할 정도로 비쌌습니다.”
또 다른 대표적 양조장 ‘명인 안동소주’의 박찬관 대표는 소줏고리에 막걸리 상태의 술을 넣고 증류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명인 안동소주는 일반적인 2단 담금 대신 3단 담금, 감압식 증류 방식을 적용해 누룩 향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같은 안동소주라도 제조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풍미가 나는 점이 흥미롭다.
양조장을 일군 이는 반남 박씨 25대손이자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 제6호 박재서 명인이다. 현재는 아들 박 대표와 손자 박춘우 본부장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전시관에는 누룩방 재현 공간부터 각지의 소주와 다양한 소줏고리까지 가득해 ‘소주 마니아의 아지트’를 방불케 했다.
“이 투명한 술을 눈으로 먼저 음미한 뒤, 흔들어서 향을 맡아봅시다. 그리고 입술을 한번 적셔보세요. 달짝지근함은 쌀의 단맛이에요. 그다음 술 한 모금을 3초 정도 물고 있다가 천천히 삼키면서 코로 숨을 내쉬어보세요. 뜨뜻한 온기가 착 내려가면서 코로 향이 싹 나오죠?”
시음 코너에서는 21도, 35도, 45도 소주를 맛볼 수 있었다. 오전 9시에 45도 소주를 마시는 것은 모험 같았지만, 박 대표의 설명을 따라 음미하니 진지한 실험처럼 느껴졌다. 소줏고리에서 막 내린 78도 소주도 접할 수 있었는데, 입술에 닿자마자 마법처럼 짙은 향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어 박 본부장이 45도 안동소주로 하이볼을 만드는 클래스를 진행했다. 얼음을 넣은 잔에 소주와 탄산수, 레몬 슬라이스를 섞고, 블루 퀴라소 시럽을 더하면 청량한 파란색 칵테일이 완성된다. “전통을 지키되 젊은 세대와 연결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는 박 본부장은 오크통 숙성 등 안동소주의 고도화 작업도 추진 중이다.
도포 자락 휘날리며 방문객을 맞은 박민재 대표의 ‘브랜드관 잔잔’에서도 명인 안동소주를 활용한 칵테일을 체험할 수 있다. 검은콩 두유와 캐러멜 시럽이 들어가는 ‘안동 한량’, 보리차와 재스민 시럽을 더한 ‘솥’이 제공됐다. 장독대를 닮은 플레이팅과 불 쇼 퍼포먼스가 보는 재미를 더했다. 종가에서 전수한 북어보풀음 안주와 함께 ‘안동 하입보이’ ‘안동 사워’ 같은 자체 개발 칵테일 6종이 절찬리 판매 중이다. 금·토·일 주말만 운영하지만,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인기다. NFT를 활용한 소개 자료 제작, 추억 사진 라벨링 이벤트 등 안동대 출신 20대 청년 창업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안동소주 양조장을 돌다 보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맛을 발견하는 동시에 소주의 역사까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맹개마을의 ‘진맥소주’는 1540년대 조리서 <수운잡방>을 비롯한 고문헌에 기록된 우리나라 최초의 소주 제조법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술이다. 주정을 물에 타 감미료를 첨가한 희석식 소주가 98%를 차지하는 국내 시장에서, 직접 파종해 수확한 밀을 토굴에서 숙성해 만든 증류식 소주의 가치는 클 수밖에 없다.
18년 전 이곳에 정착한 박성호 대표는 편리한 다리 건설 대신 징검다리를 이용하고 태양광 전기를 에너지 삼고 술지게미를 거름으로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 그는 “지속 가능한 술과 마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1540년 이후 사라졌던 소주가 500년 뒤에도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술을 빚는다”고 말했다.
밀소주 제조 과정을 설명한 박 대표는 방문객을 메밀밭으로 이끌었다. 와이너리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떼루아’를 보여주려는 의도다. 초여름 황금 물결을 이뤘던 3만평 밀밭을 지금은 하얀 메밀꽃이 채우고 있다. 산악지역이지만 낙동강 덕분에 비옥한 안동에서는 밀이 잘 자란다.
상압증류 방식을 채택한 진맥소주 술도가에서 또 중요한 곳이 숙성실이다. 배우 김태희씨의 해외 진출작으로 화제가 된 아마존프라임 드라마 <버터플라이> 촬영이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공기 중 알코올 농도가 2%쯤 된다는 토굴 숙성실의 항아리와 오크통에서 소주가 맛을 쌓고 있었다. 박 대표는 숙성을 “맛과 향이 제대로 되고, 술이 단정한 모습이 되는 과정”으로 비유했다. 오크통 숙성 소주는 국내뿐만 아니라 뉴욕, 런던 등 미쉐린 레스토랑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양조장 투어를 하며 진맥소주 맛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 시음회의 첫 주자인 22도 소주는 목 넘김이 부드러웠다. 페어링 안주로 나온 안동 사과와 백김치를 얹은 문어숙회가 술맛을 배가시켰다. “밀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맹개술도가의 시그니처 40도를 머금자 통밀의 풍부한 향과 맛이 혀를 감쌌다. 한입 크기로 나온 안동찜닭과 합이 좋았다. 위스키 마니아들이 선호한다는 53도에서는 묵직한 단맛이 났다. 탕국을 재해석한 국물 요리와 유기농 깻잎을 곁들인 돔베고기까지 더하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
안동포의 고장 금소마을에서는 이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대마 차로 손님을 맞았다. ‘전통리조트 구름에’의 김점희 셰프가 안동찜닭과 함께 시중에서 접하기 힘든 가양주 페어링을 선보였다. 의성김씨 문중에 전해오는 <온주법>의 레시피로 만든 ‘안동 황금쥬’는 시트러스 향이 산뜻했고, ‘노송주’는 배추전과 조화로웠다. 소주라는 같은 장르로 묶였지만 원료나 증류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풍미를 낸다는 걸, 다양한 시음 체험을 통해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가양주로 안동을 소개한다”는 김 셰프로부터 맛있는 술 이야기를 들으며 분주히 젓가락을 옮겼다. 금소마을은 올해 3월 대규모 산불 피해를 극복하고 ‘촌캉스’ 프로그램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방문객들은 안동포의 원료가 되는 대마밭을 둘러보고, 안동포 짜기 시연과 장인들의 노동요 베틀가를 감상하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임하양조 윤강호 대표의 안내에 따라 누룩과 고두밥을 주물러 만든 막걸리 통을 고이 안고 상행선 기차에 올랐다. 일주일 뒤 보글보글 술 익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안동의 넉넉한 인심과 극진한 정성을 떠올렸다. 입안에 침이 고였다.
이 안동 투어는 코레일관광개발의 1박 2일 프리미엄 여행상품 ‘안동 더 다이닝’으로 즐길 수 있다. ‘2025 K-미식 전통주 벨트’ 사업의 하나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다섯 잔의 코스로 구성된다. 종가 상차림(맞이의 잔), 병산서원과 선성수상길 산책(풍류의 잔), 명인 안동소주 견학, 맹개마을 밀소주와 안주 페어링(깊이의 잔), 금소마을 가양주 체험과 막걸리 만들기(머무는 잔), 그리고 안동 디저트(기억의 잔)까지 이어진다. 오는 10월24·31일, 11월14·21일 총 네 차례 진행되며, 농림축산식품부와 안동시 지원으로 1인 25만2000원에 판매된다. 왕복 열차료, 연계 차량비, 입장료, 식사, 전통주 체험료, 조식 푸드박스, 기념 굿즈가 포함된 가격이다. 예약은 코레일관광개발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탈환할 수 있을까. 여야가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2년 차에 치러지는 만큼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체제 여당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성격이 짙다.
내년 6월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과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등 공석이 된 국회의원 등을 뽑는 빅이벤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3선 조승래 사무총장과 5선 나경원 의원이 이끄는 지방선거기획단을 꾸리고 선거 전략과 공천 기준 등에 대한 밑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여당은 오세훈 시장의 3연임을 막는 데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4선 박홍근·서영교 의원, 3선 박주민·전현희 의원과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오 시장이 추진하는 주요 사업의 저격수를 자임하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일각에선 명태균 게이트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를 촉구하며 그 파장이 오 시장에 미치는 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다만 유권자 고령화, 부동산 이슈 등이 얽혀 보수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에서 현역 프리미엄이 있는 오 시장에 맞설 적임자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각 충남지사와 강원지사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 차출설이 불거진 이유다. 당 일각에서는 거물급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서울에서 47.13%을 득표해 1위였으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55%)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9.94%)의 득표율 총합에는 못 미쳤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중도·보수층 표심이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의원은 “중도 확장성이 있는 후보가 나서야 또렷한 경쟁 구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내란 종식 프레임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정 대표의 대야 강경 기조가 중도층 표심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지도부에선 이 대통령 지지율이 60%선을 횡보하는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읽힌다. 또 다른 지도부 의원은 “오 시장이 예전처럼 참신한 인물, 대선주자의 이미지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당은 험지로 꼽히는 영남권에도 공들이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3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영남권에서 제일 치열하게 (격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5개 광역단체장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여권은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부산·경남(PK) 득표율이 40%에 육박했던 만큼 반전을 노릴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부산시장 선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최근 연이어 부산을 방문하며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공약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여권 유력 후보로는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꼽힌다. 출마를 선언한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을 비롯해 최인호·박재호 전 의원 등도 거론된다.
이 대통령 득표율이 20%대에 머문 대구·경북(TK) 지역은 국민의힘에 맞설 후보가 가시화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시장 후보군으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언급된다. 여당 지도부 의원은 “TK는 위기상황에서 더 결집되는 경향이 있어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당위원장인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과거엔 인적 풀이 풍부하지 않았지만 지역에서의 당세가 (20여년 전과 비교해) 3배가량 커졌고, 지지 기반도 두터워졌다”고 했다.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에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 지방선거에선 충남·충북·대전 광역단체장 모두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여권에선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4~8%포인트 격차로 충청 지역들에서 1위를 기록한 데에서 확인한 우호적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특히 충남지사 선거는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최근 충남도당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박수현 당 수석대변인, 복기왕 의원, 양승조 전 충남지사 등도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경기지사는 여권에선 이변 없이 사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동연 현 지사를 비롯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의원, 최고위원인 김병주·이언주·한준호 의원, 권칠승·김용민·염태영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경선 통과가 관건인 만큼 지지층에 선명한 메시지를 내려는 당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당선으로 비어 있는 인천 계양을은 상징성을 띠게 된 만큼 주요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여권에선 최근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서 보직 변경한 김남준 대변인의 출마설이 흘러 나오고, 일각에선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거론된다. 야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이 언급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의 첫 평가전이다. 승패에 따라 이재명 정부 임기 중반부 국정동력 확보 여부가 판가름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당은) 잘하는 것보다 잘못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한데, 현재는 (입법 추진 과정 등이) 거칠다. 각종 여론조사에도 나타나듯 경고가 계속 들어오는 것”이라며 “후보를 누구로 내세울지는 부차적인 문제이고 기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에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개(경기·전북·전남·제주·광주 제외)를 확보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14개(대구·경북·제주 제외) 광역단체장을 차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77주년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불법계엄의 잔재를 청산하고 헌법과 국민을 수호하는 군대를 재건하겠다”고 했다. 이어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안위와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 ‘강력한 자주국방의 꿈’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했다. 12·3 내란 후 처음 맞은 국군의날에 ‘국민의 군대’ 의미를 되새기고 ‘자주국방’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여한 장병은 제병지휘부·의장대·군악대 등 998명으로 지난해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작년·재작년 서울 도심에서 2년 연속 진행한 시가행진도 없었다. 대신 이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간호장교로 참전한 이종선씨, 고 임병찬 의병장의 후손 차세연씨 등 국민대표 7인과 함께 손을 잡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군의 위용을 과시하는 데 치중했다면 이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하는 군이란 의미를 부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국민을 지켜야 할 군대가 국민에 총을 겨누는 일은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있어선 안 된다”며 “하루속히 군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복 입은 시민’인 대다수 장병이 대통령과 상관의 위헌·위법적 명령에 저항했지만, 군 수뇌부의 내란 가세로 군의 명예와 신뢰는 실추됐다. 64년 만의 문민 국방장관인 안규백 장관은 군이 다시는 국민을 배신하지 않도록 군의 기강과 체질을 바꿔야 한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방력에 대한 자부심과 굳건한 믿음에 기초해 강력한 자주국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굳건한 한·미 동맹 기반 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회복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주도하겠다”고 했다. 세계 5위 군사강국이자, 국방예산이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4배인 한국이 군사주권을 계속 미국에 맡겨야 할 이유가 없다. ‘미국 없이 대북 억지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관성적 비관론은 금물이다. 반대로, 준비 없는 전작권 전환도 없어야 한다. 최근 한·미는 전작권 전환 검증 3단계 중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상황 점검에서 ‘조건 충족의 상당한 진전에 공감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군을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재편하면서 감시·정찰 등 부족한 능력을 보완한다면 이 대통령의 약속인 ‘임기 내 전작권 전환’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자주국방은 군대의 역량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군이 국민에 믿음을 줘야 하고, 진영 간 이념 갈등으로 안보 불안을 조장해서도 안 된다. 정부가 굳건한 한·미 동맹의 토대 위에서 남북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주변국과의 외교를 통해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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