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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쇼핑몰 [정희진의 낯선 사이]소통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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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 행복이이 연락처 연락처 : E-mail E-mail : djnfgsdj344hg@naver.com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10-0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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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쇼핑몰 독일의 신학자 게르하르트 로핑크의 책 <죽음이 마지막 말은 아니다>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모든 사람에게는 비밀스러운 세계가 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빛나고, 가장 끔찍한 날로 상처 입은 그 세계는 다른 이들에게는 결코 열리지 않는다.” 소설가 박완서가 아들을 잃고 쓴 고통의 일기, <한 말씀만 하소서>에도 이 구절이 나온다.
인간사의 소통 불가능성에 대해 이만큼 정확한 언명도 드물 것이다. 나의 마음, 타인의 마음이 절대로 열리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마음을 닫아서가 아니라 몸의 개별성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사회적 구성물이지만 동시에 철저한 개체(個體)이다.
명절 연휴. 대화가 스트레스가 되는 시간이 왔다.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지만 여전히 우리는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만나게 된다. 오랜만에 만나는데도 사람들은 대개 예의가 없다. 매일 친하게 지내는 사이에서도 하기 힘든 그 유명한 질문, 아니 심문(審問)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댄다. 주로 아랫사람을 상대로 한 취업, 진로, 결혼 여부, 재테크 등에 대한 궁금증(?)이 그것이다.
몇해 전 정치학자 김영민은 명절의 이러한 현상에 대해 동문서답으로 대응하라는 칼럼을 써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추석이란 무엇인가” “당숙이란 무엇인가”라는 식으로 되물으라는 얘기다. 평소 젠더 이슈를 둘러싸고 모욕에 가까운 질문을 받는 나도 자주 사용하는 소통 방법이다. 젠더에 대한 질문은 비상식적이거나 대답하기에 며칠이 걸릴 만한 추상적이고 큰 물음이 대부분이어서, 나는 내게 “물을 것이 있다”며 다가오는 이들이 다소 두렵다. 한국 사회는 젠더의 인식론적 지위가 낮고 여성학 지식이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나 역시 동문서답을 하거나 겸손한 척하면서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 전략은 상대방을 설득하기보다 당황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소통을 간절히 원한다. 내 뜻대로 되는 대화, 내 말을 잘 들어주는(듣는) 사람, 나를 수용해 주는 사회를 원한다.
타인과 연결은 삶의 조건이자 의미가 된다. 그렇지 않을 때 우리는 “외롭다”고 말한다. 외로움과 혼자임은 다르다. 가장 외로운 시간은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소통이 안 되는 타인과 제도적 관계로 묶여 있을 때다. 가족, 직장 생활, 파트너, 사제 관계, 군대 내 계급 등이 대표적인 (폭력적) 제도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소통은 더욱 어려워졌다. 사람마다 주로 이용하는 매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손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e메일로만 소통하는데, 요즘은 원고 파일조차도 카카오톡으로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전자메일도 점차 낙후된 매체가 된 것이다.
게다가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은 대체로 약자가 되기 쉽다. 인생 문제를 대화가 아니라 힘의 원리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굳이 타인과의 대화가 필요하지 않다. 그들은 주로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요점이 뭔데?” “예, 아니요로만 말하시오.”
대화는 격렬한 평화
한편, ‘대화=평화=민주주의’일까? 우리는 “주먹 대신 대화”가 좋은 가치라고 믿는다. “대화로 해결하자”는 말이 넘쳐나지만 실제는 대화는 불가능하거나 이미 짜인 문화적 각본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나는 사유하지 않는 대화 지상주의자를 경계한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인간관계, 즉 소통이다. 우리가 겪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말이 안 통해서” “말해봤자 소용이 없어서” “말을 안 듣는 인간들 때문”이다. 반대로 말이 통하는 순간 인간은 사랑을 하고 깨우침의 쾌락을 얻는다.
소통은 ‘본래’ 불가능한 인간사다. 나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보다 왜 불가능한가를 살펴봄으로써 최소한의 소통을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삶이라고 생각한다.
대화(對話), 소통(疏通), 모여서 말하기(會話·conversation)라는 단어 자체가 대화의 어려움을 웅변한다. 대화의 ‘대(對)’는 적대를 뜻한다. 마주 앉아 말하기는 상당한 불안이 따르는 노동이다.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대화는 편안하지 않다. 변화가 일어나고 긴장이 따른다. ‘소통’은 어떠한가. ‘소(疏)’에는 멀리 있다, 친하지 않다는 뜻이 있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소외(疏外)’의 그 한자이다. ‘conversation’은 영어 동사 ‘convert’의 명사형으로 개종(改宗)하다, 전환하다라는 뜻이 있다. 이를테면 110V 제품이 220V로 바뀌는 경험이다. 대화는 종교를 바꾸는 개종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는 인간 활동인 것이다. 이 단어들은 모두 만남의 어려움, 대화 자체의 격렬한(violent) 본성을 함의한다. 폭언이 말이 아니라 폭력인 경우가 대표적일 것이다.
소통은 내게로 돌아오는 길
근대 해부학의 발달은 보편적 인권 개념의 물적 근거가 되었지만, 동시에 앞서 말한 대로 인간은 자기만의 고유한 몸을 가진 단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개인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고로 우리는 타인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다. 누구도 남의 삶을 살 수 없으며, 대신 아플 수 없고, 자녀 대신 공부해 줄 수 없다.
지구상 80억명의 사람은 모두 다르다. 타인의 몸과의 단절성이 바로 인간의 고유성, 양도할 수 없는 인권의 근거이면서 동시에 소통이 불가능한 근본적 원인이다. 이처럼 소통 불가능성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 그 자체에 있다.
또한 우리는 각자 다른 세계에 산다. 사람마다 사회적 위치(포지션)가 다른 것이다. 성별, 연령, 장애, 지역, 성 정체성 등 개인이 처한 처지나 정체성의 차이 때문에 우리는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당대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 젠더 갈등, 지역 갈등은 큰 문제지만, 이는 인류 역사상 언제 어디서나 존재했던 차별이자 갈등이기도 하다.
사회적 위치만 다른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권력 관계다. 상하, 위계,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 몸은 시시각각 변한다. 갑을 관계도 역전될 수 있으며, ‘갑을병정…’으로 얽힌 관계도 숱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표현의 자유가 ‘반사회적인 깽판’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소통이 불가능하기에 대화의 내용은 많은 경우 오해, 무시, 아부, 못 들은 척, 알아들은 척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여성주의 평화학자 신시아 인로는 가장 완벽한 의사소통은 명령과 복종으로 이루어진 ‘폭력’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소통이 불가능한 이유는 너무나 많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라고 하지만, 그 약속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것도 아니며 수시로 변하는 약속이다. 약속은 계속 변화하며 언제나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 말의 유동성(流動性), 대화 중 미끄러짐, 불확실성이 언어의 본질적 조건이기 때문이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은 글자 그대로 말의 길이 끊이거나 잃은 상황, 내 상황을 설명할 언어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할 말은 많은데 (박준 시인의 표현대로) “출력”이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언어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전달 과정 즉 대화는 상대방과 나의 말이 번역되는 행위다. 번역에는 오역이 필연적이다. 대화가 오고 가는 과정에서 말이 흔들리고 각자가 받아들이는 방식과 의미가 달라진다. 상처받지 않는 의사소통이 가능할까? 만일 가능하다 해도 그것은 언제나 조우(遭遇·encountering)의 형식을 띤다. 영원하지 않은 우연적인 행운인 것이다.
당위적으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소통이 왜 불가능한가를 생각해봄으로써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소통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통의 의지를 갖되,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대화는 본디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길이다. 사람들과 만난 후 우울하거나 찝찝한 적이 있다면 두 가지 중 하나가 아닐까. 상대방의 무례로 내 기분이 상했거나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내게로 돌아오는 길(성찰)이 번잡하고 부끄러운 경우가 그것이다.
소통에 임하는 최선의 방법은 결국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항상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타인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기보다 협상적으로 말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타인에게 하는 말이나 질문을 나 자신에게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아무 말이나 할 수 없고 세상은 조금 평화로워질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 제1호로 개헌을 내세웠다. 시대에 맞춰 새로운 제헌의 수준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 총강과 관련해 몇가지를 제안한다.
1948년 제헌헌법을 만들면서 본보기로 삼은 것은 일본이 패망한 이후 1946년에 만든 헌법 및 독일 바이마르 헌법이다. 식민지 지배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일본 법제를 본보기로 삼은 것은 자연스럽고, 그 자체는 결코 허물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광복 후 80년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그 출발 상황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헌법이라 일컫는 바이마르 헌법은 군주제를 민주제로 대체했을 뿐, 기본적으로 프로이센 헌법이 상징하는 관치(관헌)국가 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결정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일본의 경우 제1장에서 상징적인 존재라고는 하지만 천황을 전면에 내세우기에, 과거 프로이센 헌법을 본보기로 삼아 제정한 메이지 헌법의 전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헌법 자체가 관헌(관치)국가를 상정하고 만들어졌기에 행정법제 역시 당연히 비민주성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런 법제의 맹목적 복종이 언필칭 ‘법치’의 이름으로 요구됐다.
헌법 제1조 제2항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지만, 그 민주적 정당성이 도리어 무법의 행사자가 국민이 맡긴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 구실로 악용되곤 했다. 민주적 법치국가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특히 법에 정통한 무법자를 만나면 법치국가는 무법국가 또는 불법국가가 되어버린다. 국민이 곧 헌법이고 국가인 민주적 법치국가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이 단순히 국가적 활동의 대상이자 객체가 되지 않아야 한다.
전후 독일은 전체주의, 집단주의 및 국가권력의 남용을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 기본법 제1조에서 ‘공화국 규정’을 폐지하고, 우리 제10조의 내용을 제1항으로 규정했다. 국가보다 개인을 앞세워 관헌국가성이 타파되고 자연스럽게 국민 중심 국가(행정)로 바뀌었다. 특히 관헌국가의 전통이 없는 스위스의 헌법 제2조 목적 규정의 3개 조항은 좋은 본보기다. 스위스연방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의 독립과 안전을 보장한다(제1항). 국가의 공공복지, 지속 가능한 발전, 내적 단결 및 문화적 다양성을 촉진한다(제2항). 모든 시민에게 가능한 한 최대한의 기회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제3항).
우리 헌법은 법의 지배에 관해 직접 규정하지 않고 궁색하게 기본권 규정, 기본권 제한 규정 및 사법권 규정에서 간접적으로 도출하는데, 스위스 헌법 제5조는 ‘법치국가 원리적 활동의 제 원칙’의 제목으로 자세히 규정한다. 국가의 활동은 법에 의한 지배에 기초하고 제한된다(제1항). 국가의 활동은 공공의 이익에 기초하고 추구하는 목적에 비례하는 것이어야 한다(제2항). 국가기관과 개인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활동해야 한다(제3항).
생뚱맞게 정당과 공무원제를 규정하고 있는 우리의 총강과 비교하면, 스위스 헌법은 국가와 개인 간에도 나름 합리적인 관계 설정을 한다. 제5조 a(보충성의 원칙)에 따르면 국가 임무는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분배되고 수행되어야 한다. 제6조(개인적 책임 및 사회적 책임)는 누구든지 자신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가와 사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자의 능력에 맞게 기여한다고 규정한다.
임시정부 때부터 민주공화제를 지향한 자랑스러운 역사가 역설적으로 국권 상실의 시대에 만들어졌다. 1987년 체제 이후 지금까지 민주적 법치국가 원리가 뿌리내리는 학습 시간 덕에 우리 법치국가가 지켜졌다. 80년 전 광복을 맞은 선조들이 장차 후손들이 만들어주리라 생각한 대한민국 억만년의 터를 새로 제대로 만들 때다.
무안국제공항에 내려가는 내내 한 사람을 생각했다. 무안공항 1층에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있다. 179명의 위패와 사진 중에서 광주KBS 김애린 기자와 그의 남편 목포MBC 안윤석 PD의 천주교식 위패를 찾았다.
김 기자는 내가 한 대학에서 인권 강의를 하던 때인 2013년 1학기에 두 친구와 같이 내 수업을 들었다. 그 세 친구는 내 수업을 최고라고 평가했고, 강의가 끝난 뒤에도 집회 현장에서 반갑게 만나곤 했다.
“272일째 여기를 떠날 수가 없어요”
방콕에서 귀항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1차로 조류충돌로 의심되는 사고 뒤에 무안공항에 비상착륙하다가 활주로 끝에 설치된 로컬라이저(2m의 콘크리트 둔덕)에 부딪혀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충돌과 화재로 179명이 숨졌고, 단 2명만 살았다. 9명의 가족 모두가 참변을 당한 경우도 있었고, 5명의 젊은 여성들의 위패 옆에는 살았을 때 함께 찍은 컬러 사진이 놓여 있었다. 희생자들을 찬찬히 돌아보는 중에 공선옥 소설가가 옆에 와서 말한다. “박 선생, 저 아이는 겨우 네 살이야.”
참사 며칠 뒤에 찾아갔던 무안공항은 추운 겨울 날씨에도 조문을 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고, 혼란스러운 가운데서도 무척 북적였다.
지금은 아무도 없는 적막강산이었다. 마치 세월호 참사 뒤의 팽목항이 그랬던 것처럼. 조문객들이 작성한 추모의 글이 계단 난간에 겹겹이 붙은 추모의 계단을 올라 2층에 갔더니 “272일째 여기를 떠날 수가 없어요”라고 쓰인 세로 현수막 뒤로 20동 넘는 개인 텐트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들이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왜 179명이 돌아오지 못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동행했던 문정현 신부님과 평화바람 식구들이 유가족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자리에는 김애린 기자의 어머님도 계셨다. 애린이 얘기를 하면서 끝내 눈물을 보이신다. “세 친구가 같이 붙어 다니는 게 보기 좋았는데…”
그날의 대화는 두 가지로 좁혀져 진행되었다. 하나는 김유진 유가족 대표가 말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운동에 나섰다고 했다. 사조위는 조사 시작 때부터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축소·은폐 조사를 한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기에 9월 초에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던 것을 유가족들이 막았다.
‘태생적 위험’ 신공항 재고해야
미국의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나 일본의 ‘운수안전위원회’(JTSB)와 같은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독립적인 조사기구에 대한 요청은 참사 때마다 높아졌다. 국회에 계류 중인 ‘생명안전기본법안’ 제18조는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상설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을 만드는 길이다.
두 번째 질문은 조류충돌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9월11일,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기본계획’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조류충돌 위험이 과소평가되었다는 것이었다.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참사가 주요 근거가 됐다. 8곳에서 신공항 건설이 추진 중인데, 특히 가덕도 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이 문제다. 무안공항의 경우 ‘연간 예상되는 조류충돌 횟수’는 0.07회였다. 새만금은 최대 45.92회, 제주는 최대 14.74회다. 문정현 신부님의 말마따나 “짓지 말아야 할 곳에 공항을 지은 것부터” 문제다.
사람을 비롯한 생명이 죽어 나갈 수 있는 위험한 곳에 추진되는 신공항들에 대해 전면적인 재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전라북도는 행정법원에 항소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은 판결 전 한 달 동안 진행된 새만금 신공항 건설 저지를 위한 ‘새, 사람 행진’에 “우리 같은 유가족이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참여했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신공항 사업이 가져올 비극적인 결론을 몸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유가족들에게 다음주는 더욱더 힘든 시간이다. 추석 명절이기 때문이다. 그날이라도 사람들이 무안국제공항을 찾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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