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좋아요 구매 [책과 삶]내 장애를 유발한 오염된 물에 ‘연대감’···“환경파괴는 장애화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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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 행복이이 연락처 연락처 : E-mail E-mail : djnfgsdj344hg@naver.com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06-23 15:18본문
인스타 좋아요 구매 상처를 끄는 존재들
수나우라 테일러 지음 | 송은주 옮김
오월의봄 | 500쪽 | 2만9000원
오염된 환경으로 인해 심각한 병을 얻은 사람들이나 바다에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를 입에 물고 죽어간 물고기를 보고 우리는 종종 분노를 넘어 죄책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자신이 누리는 일상의 편리함이 다른 존재에게 끼친 해로움을 감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연루감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저자는 자신의 장애를 유발했을지도 모르는 오염된 물에도 연민 혹은 동질감을 느낀다. 무기체들 역시 환경 오염에 의해 영향받은 존재라는 점에서 오염된 물에 대한 그의 감정은 두려움도, 불안도, 분노도 아닌 “연대감”이다. 그리고 생태계 파괴로 인간을 넘어 모든 생물체가 상처 입은 현대를 ‘장애의 시대’(Age of Disability) 혹은 ‘장애세’(Disablocene)라고 명명한다.
<상처를 끄는 존재들>의 원제는 ‘Disabled Ecologies(장애 생태)’로 좀 더 직관적이다. 책은 생태적 위기가 표준이 된 이 시대의 환경 문제를 장애운동의 관점과 연결해 복합적으로 사유한다. 전작 <짐을 끄는 짐승들>을 통해 동물을 둘러싼 억압과 장애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 수나우라 테일러의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작가는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관절굽음증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얘기하며, 어머니가 자신을 임신했을 때 독성물질에 오염된 수돗물을 모르고 마신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장애의 기원이 사회적 현실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그에게 장애는 단순한 신체적 형상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설명하게끔 하는 하나의 사건이다.
책은 그 사건이 발생한 저자의 고향 투손으로 향한다. 1950년대에 들어서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사막 도시인 투손 일대엔 휴즈에어크래프트컴퍼니(휴즈)를 비롯한 방위산업체들이 차려졌다. 휴즈는 이곳에서 전투 요격기, 군사용 미사일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들이 제조 공정에서 사용된 막대한 양의 중금속과 트리클로로에틸렌(TCE) 같은 유독성 오염물질을 지표면에 그대로 내다 버리면서 시작됐다. 폐기물 누출을 막는 차수막 등이 설치되지 않은 탓에 폐수는 공장 아래 위치한 지역의 대수층(지하수층)으로 흘러들었다. 오염된 물이 땅 밑을 흐르다 수도시설을 통해 지역의 가정과 학교에 보내졌다.
1980년대 초반에야 이 같은 사실이 공론화된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그 이전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1950년대 이후 지역 주민들이 루푸스, 백혈병, 림프종 같은 심각한 질병에 걸리거나 저자와 같이 선천성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기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가 책의 첫머리에 “환경파괴는 장애화의 이야기다”라고 단언한 이유다.
저자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인간의 몸에 한정하지 않고 환경 그리고 다른 동료 종들이 입은 피해와 연결한다. 1950년대라는 특정 시기와 방산업체의 오염물질 불법 투기라는 하나의 사건에 국한하지도 않는다. 투손의 사막 지대는 방산업체들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애리조나 남부의 사막 선주민인 오오담 집단의 본거지였다. 방산업체에서 만든 미사일은 멀리 한반도에서 벌어진 한국전쟁에서 쓰이며 사람들을 죽였다. 1970년대 이 지역에 히스패닉 인구가 늘어난 것을 이유로 환경 당국은 장애의 원인을 인종에 두며 사건을 은폐하기도 했다. 신제국주의에서 냉전시대로 이어진 세계의 분열과 자본주의 개발 열풍, 차별적 사회 인식 등이 ‘장애의 시대’를 가능하게 한 토대였다는 점에서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작가는 “제국주의와 환경파괴는 그 기원부터 장애화의 이야기였던 셈”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그는 장애의 기원이 됐을지도 모르는 물, 그리고 그 물을 머금었던 대수층에도 각별한 연대를 느낀다. 저자는 연구자들이 제작한 각종 지도와 수문학적 도표들에 근거해 대수층의 형태와 이미지를 상상해 이를 자신만의 스케치 연작 ‘추측에 근거한 대수층’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림들은 책에도 실렸는데, 그중 ‘대수의 소실 구간’에서는 장애를 가진 자신의 손과 팔의 캐리커처를 대수층의 일부로 표현했다.
저자는 장애의 시대를 “슬픔과 고뇌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했다. 다만 “탄생이 죽음과 맞닿아 있듯, 회복을 위한 창조적 능력 또한 상처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점에서 “장애의 시대는 돌봄과 상호의존, 급진적이고 확장된 접근성의 비전, 그리고 자원과 상호 원조가 존중받고 환호 받는 시대”를 열 수 있다고도 본다. 책에 소개된 투손 지역의 시민운동과 연대가 그 증거가 될 수 있겠다.
▶ <짐을 끄는 짐승들> 서평
수나우라 테일러 지음 | 송은주 옮김
오월의봄 | 500쪽 | 2만9000원
오염된 환경으로 인해 심각한 병을 얻은 사람들이나 바다에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를 입에 물고 죽어간 물고기를 보고 우리는 종종 분노를 넘어 죄책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자신이 누리는 일상의 편리함이 다른 존재에게 끼친 해로움을 감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연루감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저자는 자신의 장애를 유발했을지도 모르는 오염된 물에도 연민 혹은 동질감을 느낀다. 무기체들 역시 환경 오염에 의해 영향받은 존재라는 점에서 오염된 물에 대한 그의 감정은 두려움도, 불안도, 분노도 아닌 “연대감”이다. 그리고 생태계 파괴로 인간을 넘어 모든 생물체가 상처 입은 현대를 ‘장애의 시대’(Age of Disability) 혹은 ‘장애세’(Disablocene)라고 명명한다.
<상처를 끄는 존재들>의 원제는 ‘Disabled Ecologies(장애 생태)’로 좀 더 직관적이다. 책은 생태적 위기가 표준이 된 이 시대의 환경 문제를 장애운동의 관점과 연결해 복합적으로 사유한다. 전작 <짐을 끄는 짐승들>을 통해 동물을 둘러싼 억압과 장애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 수나우라 테일러의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작가는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관절굽음증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얘기하며, 어머니가 자신을 임신했을 때 독성물질에 오염된 수돗물을 모르고 마신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장애의 기원이 사회적 현실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그에게 장애는 단순한 신체적 형상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설명하게끔 하는 하나의 사건이다.
책은 그 사건이 발생한 저자의 고향 투손으로 향한다. 1950년대에 들어서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사막 도시인 투손 일대엔 휴즈에어크래프트컴퍼니(휴즈)를 비롯한 방위산업체들이 차려졌다. 휴즈는 이곳에서 전투 요격기, 군사용 미사일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들이 제조 공정에서 사용된 막대한 양의 중금속과 트리클로로에틸렌(TCE) 같은 유독성 오염물질을 지표면에 그대로 내다 버리면서 시작됐다. 폐기물 누출을 막는 차수막 등이 설치되지 않은 탓에 폐수는 공장 아래 위치한 지역의 대수층(지하수층)으로 흘러들었다. 오염된 물이 땅 밑을 흐르다 수도시설을 통해 지역의 가정과 학교에 보내졌다.
1980년대 초반에야 이 같은 사실이 공론화된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그 이전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1950년대 이후 지역 주민들이 루푸스, 백혈병, 림프종 같은 심각한 질병에 걸리거나 저자와 같이 선천성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기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가 책의 첫머리에 “환경파괴는 장애화의 이야기다”라고 단언한 이유다.
저자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인간의 몸에 한정하지 않고 환경 그리고 다른 동료 종들이 입은 피해와 연결한다. 1950년대라는 특정 시기와 방산업체의 오염물질 불법 투기라는 하나의 사건에 국한하지도 않는다. 투손의 사막 지대는 방산업체들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애리조나 남부의 사막 선주민인 오오담 집단의 본거지였다. 방산업체에서 만든 미사일은 멀리 한반도에서 벌어진 한국전쟁에서 쓰이며 사람들을 죽였다. 1970년대 이 지역에 히스패닉 인구가 늘어난 것을 이유로 환경 당국은 장애의 원인을 인종에 두며 사건을 은폐하기도 했다. 신제국주의에서 냉전시대로 이어진 세계의 분열과 자본주의 개발 열풍, 차별적 사회 인식 등이 ‘장애의 시대’를 가능하게 한 토대였다는 점에서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작가는 “제국주의와 환경파괴는 그 기원부터 장애화의 이야기였던 셈”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그는 장애의 기원이 됐을지도 모르는 물, 그리고 그 물을 머금었던 대수층에도 각별한 연대를 느낀다. 저자는 연구자들이 제작한 각종 지도와 수문학적 도표들에 근거해 대수층의 형태와 이미지를 상상해 이를 자신만의 스케치 연작 ‘추측에 근거한 대수층’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림들은 책에도 실렸는데, 그중 ‘대수의 소실 구간’에서는 장애를 가진 자신의 손과 팔의 캐리커처를 대수층의 일부로 표현했다.
저자는 장애의 시대를 “슬픔과 고뇌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했다. 다만 “탄생이 죽음과 맞닿아 있듯, 회복을 위한 창조적 능력 또한 상처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점에서 “장애의 시대는 돌봄과 상호의존, 급진적이고 확장된 접근성의 비전, 그리고 자원과 상호 원조가 존중받고 환호 받는 시대”를 열 수 있다고도 본다. 책에 소개된 투손 지역의 시민운동과 연대가 그 증거가 될 수 있겠다.
▶ <짐을 끄는 짐승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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