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상위노출 누나의 조현병 부인한 의사 부모…25년 뒤에야 치료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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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 행복이이 연락처 연락처 : E-mail E-mail : djnfgsdj344hg@naver.com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6-08-03 03:32본문
홈페이지 상위노출 누나 마사코는 다정했다. 공부를 곧잘 하던 모범생이기도 했다. 의과대학은 4수 만에 어렵게 들어갔다. 1983년 스물네 살의 마사코는 안 하던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크게 소리 지르며 편집증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의사이자 연구자인 부모는 처음에는 마사코를 정신과 병원에 데려갔다. 하지만 이내 “마사코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부모는 딸에게 찾아온 조현병을 부인하면서 치료 없이 25년을 버텼다. 돌발 행동이 악화하자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우면서도 부부는 “누나는 ‘그런 병’이 아니며 집에 가둬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부부의 아들이자 마사코의 남동생인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60)이 직접 20여년간 촬영한 누나와 부모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2024년 12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는 초반 단 4개의 상영관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개봉 8주 만에 전국 100개관 이상으로 확대 상영됐다.
한국 개봉일인 지난달 29일 서울 동작구 엣나인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후지노 감독은 가족의 사적인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고민을 오래 했다”고 말했다. 애당초 1992년부터 찍은 영상은 영화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누나가 병원에 갈 때를 대비해 오랜 증상을 설명할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어렴풋이 생각만 했던 영화화를 결심한 건 몇년 전 일본의 한 가정에서 발달장애인 아동을 굶겨 죽인 사건을 보고서였다. “우리 집과 비슷한 일들이 아직도 많구나 싶었어요. 현실에 이런 일들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죠.”
시간순으로 제시되는 홈비디오 영상들은 자막으로 설명을 덧대야 할 정도로 짧고 투박하다. 하지만 연도를 건너뛸 때마다 선연히 나이 든 가족들의 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화면에 다 담기지 않은 세월이 얼마나 어려웠을지를 짐작하게 된다.
‘당연히 병원에 데려갔어야지’ 생각하더라도 영화를 보다 보면 부모에게 감히 삿대질할 수가 없다. 부모는 대체로 온화한 성정으로, 딸과 대화가 통하지 않아도 그저 감내한다. 집에 자물쇠를 거는 것이 학대 아니냐고 비판할 수 있으나, 집을 뛰쳐나가 미국행 티켓을 끊거나 점술 관련 사기를 당한 마사코를 보고 있자면 함께 마음이 답답해진다.
후지노 감독은 “본인들이 의사이기에 1980년대 정신병원의 열악함을 더 잘 알았을 부모님은 ‘직접 누나를 고치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마사코는 감독의 오랜 설득으로 발병 후 20여년이 흐른 2008년에야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영화는 “누나가 조현병이 된 이유나 조현병이 어떤 병인지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초반부터 명확히 밝히고 시작한다. 마사코가 의과대학에 들어가려고 4수까지 한 것이 부모의 강압 때문이라거나 그것이 병증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추론하기 쉽지만, “어린 마음에 누나가 ‘부모님처럼 되고 싶다’는 영향을 받았을지는 몰라도, 부모님이 저나 누나에게 의사가 되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고 한다.
후지노 감독은 조현병의 원인 등 모든 탓을 부모와 가족에게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사라져야 한다고 봤다. 낙인은 줄고 질병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두꺼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현병은 그 많은 의사들도 명확한 원인을 모르는 병이에요. 가족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식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제목처럼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질문이 오래 맴도는 다큐멘터리다. 호평이 이어지며 한국 개봉 3일 만인 지난달 31일 누적 관객수 1만명을 돌파해 장기 흥행이 예상된다. 가족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만큼 추후 OTT나 VOD로 서비스하지 않으며 극장 상영만 이뤄질 예정이다.
K뷰티 기업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방문을 계기로 세계 3위 화장품 시장인 브라질 공략에 속도를 낸다. 정부도 K뷰티 기업들의 브라질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7일(현지시간)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 위치한 ‘브라질 화장품협회’와 전자상거래 플랫폼 ‘메르카도 리브레’를 연달아 방문해 K뷰티 중소기업의 브라질 진출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28일 밝혔다. 노용석 중기부 1차관(장관 직무대행)이 우리 측 대표로 두 기관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한국 화장품업계에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브라질 진출을 위한 정부 지원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온라인을 통한 현지 진출 활성화, 양국 뷰티업계 간 교류 확대 등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브라질 화장품협회 회원사들은 브라질 화장품 총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협회 방문에선 원료 등 후방산업을 포함한 화장품 가치사슬 전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의 기술력과 브라질의 천연자원을 결합한 공동 연구·개발 및 생산 추진 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남미지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메르카도 리브레와는 한국 중소 브랜드사들의 플랫폼 입점과 홍보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유관기관, 메르카도 리브레가 공동으로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브라질은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화장품 시장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브라질 화장품 시장은 올해 약 340억달러(약 49조976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남미 최대시장인 브라질을 거점으로 인근 국가까지 유통망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 뷰티기업들의 브라질 진출이 많지는 않았지만,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 인기가 높아지면서 K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브라질 화장품 수출액은 2020년 518만달러(약 76억원)에서 지난해 5430만달러(약 798억원)로 5년 만에 10배 넘게 늘었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 1위 품목인 화장품의 전년 동기 대비 중남미 수출액 증가율은 131.9%로, 전 지역 증가율 평균치(30.7%)의 4배가 넘었다.
이 대통령과 함께 브라질을 방문한 경제사절단엔 K뷰티기업 대표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한층 높아진 업계 위상을 실감했다.
이상목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사장,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는 28일(현지시간)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다.
노 차관은 “우리 화장품이 지금의 성장세를 넘어 세계 1위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 전반을 더 탄탄히 하고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풍부한 천연자원과 열정적인 문화를 보유한 브라질과의 협력이 이러한 과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폐기물은 누군가의 마을로 간다. 그리고 대체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향한다. 일반쓰레기나 음식물쓰레기 같은 생활폐기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관리해 시·도 경계를 넘어 반출할 때 반입협력금을 지불하는 ‘발생지 책임 원칙’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공장·건설 현장·병원 등에서 나오는 막대한 양의 산업폐기물은 사정이 다르다. 허가받은 민간업체라면 산업폐기물 처리장을 설립해 전국에서 폐기물을 끌어 모을 수 있다.
전체 폐기물의 90%를 차지하는 산업폐기물 처리 사업은 그래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진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에 따르면 산업폐기물 처리장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50~60%에 달한다.
문제는 ‘내 집 앞 쓰레기장’ 건립이 마을 주민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진행되는 일이 흔하다는 점이다. 산폐장 운영업체들이 이익을 챙긴 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사후관리를 지역에 떠넘기거나, 산업단지를 짓는다며 인허가를 받은 뒤 산단을 통째로 산폐장으로 전환하는 일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은 외면한 채로 지자체와 대기업이 추진하던 산단·산폐장 건설 계획을 막아낸 충남 예산 조곡리와 충북 괴산 사리면 주민들을 지난 16일과 20일 만났다.
“이게 무슨 소리냐.” 충남 예산군 조곡리 주민 고의숙씨(72)는 2023년 10월 말, 뒷집 어르신으로부터 종이 한 장을 전달받았다. ‘예산 조곡 그린컴플렉스 일반산업단지’ 추진 관련 공문이었다. 몇 년 전부터 ‘산단이 지어진다더라’ ‘옆 동네 응봉면으로 간다더라’ 뜬소문만 무성했던 차였다. 그 산단이 집 바로 앞 농지에 들어온다는 걸 어르신도 고씨도 그때 알았다. 이미 사업이 추진된 지 2년이 지난 뒤였다. “어르신이 산단 부지 안에 땅이 있었다. 땅 주인한테만 공문이 간 거였다. 당장 다음 날이 주민 설명회였는데, 설명회를 못 막으면 또 하나 절차가 넘어가는 거였다.” 고씨는 회상했다.
대대로 물려줄 고향을 찾던 고씨와 은퇴 후 농촌 생활을 꿈꾼 아랫집 조순희씨(66)는 사과 과수원과 옥수수밭이 펼쳐진 조곡리에 터를 잡았다. 길 건너 사는 두 사람은 집 앞에 들어오는 140만㎡(약 42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 건설 계획을 끝내 무산시켰다.
SK에코플랜트와 예산군청이 추진한 조곡리 산단 계획에는 3만2884㎡(약 1만평)에 달하는 산폐장이 포함돼 있었다. 자연이 좋아 귀촌한 고씨와 조씨에게 집 400m 앞에 산폐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은 청천벽력이었다. 사업이 추진된 건 2021년부터였는데, 두 해가 지나도록 이장 등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민은 이 사실을 몰랐다. 고씨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공문을 받은 이튿날 설명회장을 찾았다. 군청 공무원은 반발하는 주민들에게 “법대로 했다. 이미 (산단 계획을) 다 고시했다”며 “여러분만 반대하지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산단이 들어온다는 사실조차 몰랐는데 누가 찬성을 했다는 건지 주민들은 어리둥절했다. 알고 보니 군청이 지주나 이장협의회 등 일부 주민에게 산단 계획에 대한 주민 의견서를 알음알음 받아 둔 상태였다.
조씨는 “군청은 홈페이지에 고시하면 그걸로 끝이라는 식”이라며 “주민 대다수가 노인들인데, 군청 홈페이지를 누가 들어가서 어떻게 확인하겠나”라고 말했다.
설명회를 무산시킨 주민들은 본격적으로 산단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주민들에게 산단이 들어오면 산폐장도 지어진다는 사실을 알렸다. 군청은 산단이 들어오면 일자리와 세수,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득했다. 군청 말대로라면 땅값이 들썩일 법한데, 거대 산단 조성 소식에도 동네에는 그 흔한 ‘떴다방’ 하나 나타나지 않았다.
대책위는 국민신문고와 군청 홈페이지에 민원을 넣고, 반대 주민 의견서를 모으고, 군청과 도청에서 매일 시위를 이어갔다. 서울 SK 사옥 앞에서 집회도 열었다. 고씨는 당시 “주 5일 출근하듯” 싸웠다고 회상했다. 고씨와 조씨의 자녀들도 ‘나중에 살 고향을 훼손하지 말아 달라’는 글을 군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주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2024년 6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검토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고씨는 “대책이란 것들이 전부 차후, 차후, 차후였다”고 말했다. 주민 측 토론자의 질문에 산단 측 토론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산단 부지 안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맹꽁이에 대한 대책은 세우면서도 산단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 대한 대책은 없다는 점에 분노했다.
주민 반대가 이어지자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지난해 9월 민간기업이 산업단지를 빌미로 산폐장을 설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주민들은 도청으로 달려가 군청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SK에코플랜트는 산단에서 산폐장을 제외하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산단 규모가 유지되는 한 산폐장 계획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보고 산단 규모 자체를 줄이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11월5일, 결국 SK에코플랜트가 백기를 들고 군청에 사업 승인 신청 취하서를 제출했다. 주민들은 마을 잔치를 열고 축하했다. 조씨는 “누구든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만나러 갔고, 어디든 싸우러 갔다”며 “싸우다 보면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고씨는 “한 토론회에서 산업계 관계자가 산폐장을 화장실에 비유하며 ‘화장실이 어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며 “그분에게 ‘자기가 싼 똥은 자기 집 화장실에서 처리해야지, 왜 남의 집에 화장실을 짓겠다는 거냐. 그게 옳은 생각이냐’ 물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살아온 60년 넘는 세월 동안 농촌만 계속 손해를 보고 도시는 한 번도 손해를 본 적이 없다”며 “지금도 송전탑 세운다고, 반도체 산업 키운다고 난리지만 아무도 농촌을 어떻게 살릴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농촌 없는 나라가 어디 있나”라고 했다.
충북 괴산군 사리면 김용자 이장(54)도 지역 주민들과 힘을 합쳐 지자체가 추진해온 산폐장을 막아냈다. 사리면은 거의 모든 가구가 농사를 짓는 전통적인 농촌으로, 시민단체에서 지역 재생 운동을 하던 김 이장은 2010년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왔다.
2020년 2월, 김씨가 이장이 된 지 한 달 만에 집으로 날아온 공문에는 김씨 부모님의 논밭이 ‘개발행위 허가제한 지역’으로 지정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괴산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건설을 위한 부지에 김씨 가족의 땅이 포함된 것이다. 군청 홈페이지를 뒤졌더니 ‘산단 출자·설립 타당성 검토 보고서’가 나왔다. 괴산 어딘가에 지어질 거란 산단이 우리 마을에, 부모님 땅 위에 지어진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지난 20일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김 이장은 “괴산 군내 다른 산단도 미분양 상태인데 177만5937㎡(약 54만평)의 대규모 산단이 또 지어진다는 게 이상했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산폐장이 실질적인 목적일 수 있다고 의심했다. 산단에는 약 6만6116㎡(약 2만평) 규모의 산폐장 건설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김 이장은 “부지 내에 여섯 가구가 살고 있고 동네 논도 다 거기 있어서 산단이 조성되면 마을이 반 토막 나는 거였다”며 “주민들에게 다른 데 가서 살라는 것과 다름 없었다. 산단 반대는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였다”고 회고했다. 사리면 역시 주민의 대부분이 80~90대이고 새로 귀촌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70대 이상의 은퇴자다.
사리면에서도 일부 주민들만이 산단 설립 계획을 알고 있었다. 주민 일부는 산단이 건설되면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이 좋아질 것이라며 찬성했다. 산단 부지에 돼지농장과 퇴비 공장 등 악취를 풍기는 시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 간 갈등은 마을에 상처를 남겼다. 산단에 반대하는 대책위 주민들이 각종 신고를 당하거나 군청 지원사업을 빌미로 한 압박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군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고 주민들을 설득하며 ‘아군’을 늘려갔다. 결국 2022년 지방선거에서 ‘산단 전면 재검토’를 공약한 송인헌 국민의힘 후보가 사업을 추진하던 이차영 더불어민주당 군수를 꺾고 당선되면서 산단 계획은 백지화됐다. 김 이장은 “농촌에서 개발 논리는 정당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돼지농장과 퇴비공장은 문을 닫았고, 부지에는 돌봄시설과 스마트팜 등을 조성하는 공간 정비 사업이 추진된다. 산단이냐, 냄새나는 축사냐. 사리면 주민들에게는 애초에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김 이장은 말한다. 산단 외에 돌봄센터, 스마트팜 같은 다른 ‘보기’가 있었다면 찬성 측 주민들도 다른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 김 이장은 “애초에 군청은 답을 미리 정해 놓고 밀어 붙였다”며 “주민들에겐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두 마을의 산단 백지화는 이례적인 사건이다. 수만 평 규모의 산단 계획 등 마을의 성쇠를 다루는 일이 대부분의 주민 모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땅 주인이나 일부 이장 등이 사업의 전체 내용을 듣지 못한 채 ‘일자리가 늘어날 것’ ‘지역이 살아날 것’이라는 지자체 논리에 동의하며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지역 발전’을 명분삼아 도시의 산업폐기물을 받는 산폐장이 농촌지역 주민들의 충분한 동의 없이 들어서기도 한다.
2024년 공익연구센터 블루닷이 지역별 폐기물 발생량 대비 처리량 비율을 분석한 결과, 전국의 산업폐기물 처리는 농촌과 지방 중소도시에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충남 보령, 경북 고령·구미 지역은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의 20배 이상을 매립해 왔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물량의 산업폐기물을 매립하는 지역은 경북 경주시였다. 경주시에서는 2022년 기준 9만2885t의 산업폐기물이 발생했는데, 경주 산폐장에서 처리하는 산업폐기물량은 59만8106t으로 발생량의 약 6.4배에 달했다.
농본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산업폐기물에도 ‘발생지 책임 원칙’을 적용하고, 처리시설 주변 주민의 알 권리·참여권과 보상 및 지원 체계를 법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산업폐기물 공공관리체계 구축을 약속했지만 국정 과제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김 이장은 산단 백지화 이후에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최근 사리면을 포함한 괴산군 일대에 신영주와 북천안을 연결하는 초고압 송전선로가 통과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군과의 싸움 이후, 그는 이제 국가를 상대로 한 갈등을 마주하고 있다. 김 이장은 “이번에는 노선을 바꾸라고도 할 수 없다. 우리 마을이 아니면 옆 마을로 갈 뿐”이라며 “정부가 지역 소멸을 걱정하면서도 산단과 송전탑이 들어오면 사람들이 떠난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이자 연구자인 부모는 처음에는 마사코를 정신과 병원에 데려갔다. 하지만 이내 “마사코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부모는 딸에게 찾아온 조현병을 부인하면서 치료 없이 25년을 버텼다. 돌발 행동이 악화하자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우면서도 부부는 “누나는 ‘그런 병’이 아니며 집에 가둬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부부의 아들이자 마사코의 남동생인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60)이 직접 20여년간 촬영한 누나와 부모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2024년 12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는 초반 단 4개의 상영관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개봉 8주 만에 전국 100개관 이상으로 확대 상영됐다.
한국 개봉일인 지난달 29일 서울 동작구 엣나인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후지노 감독은 가족의 사적인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고민을 오래 했다”고 말했다. 애당초 1992년부터 찍은 영상은 영화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누나가 병원에 갈 때를 대비해 오랜 증상을 설명할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어렴풋이 생각만 했던 영화화를 결심한 건 몇년 전 일본의 한 가정에서 발달장애인 아동을 굶겨 죽인 사건을 보고서였다. “우리 집과 비슷한 일들이 아직도 많구나 싶었어요. 현실에 이런 일들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죠.”
시간순으로 제시되는 홈비디오 영상들은 자막으로 설명을 덧대야 할 정도로 짧고 투박하다. 하지만 연도를 건너뛸 때마다 선연히 나이 든 가족들의 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화면에 다 담기지 않은 세월이 얼마나 어려웠을지를 짐작하게 된다.
‘당연히 병원에 데려갔어야지’ 생각하더라도 영화를 보다 보면 부모에게 감히 삿대질할 수가 없다. 부모는 대체로 온화한 성정으로, 딸과 대화가 통하지 않아도 그저 감내한다. 집에 자물쇠를 거는 것이 학대 아니냐고 비판할 수 있으나, 집을 뛰쳐나가 미국행 티켓을 끊거나 점술 관련 사기를 당한 마사코를 보고 있자면 함께 마음이 답답해진다.
후지노 감독은 “본인들이 의사이기에 1980년대 정신병원의 열악함을 더 잘 알았을 부모님은 ‘직접 누나를 고치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마사코는 감독의 오랜 설득으로 발병 후 20여년이 흐른 2008년에야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영화는 “누나가 조현병이 된 이유나 조현병이 어떤 병인지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초반부터 명확히 밝히고 시작한다. 마사코가 의과대학에 들어가려고 4수까지 한 것이 부모의 강압 때문이라거나 그것이 병증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추론하기 쉽지만, “어린 마음에 누나가 ‘부모님처럼 되고 싶다’는 영향을 받았을지는 몰라도, 부모님이 저나 누나에게 의사가 되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고 한다.
후지노 감독은 조현병의 원인 등 모든 탓을 부모와 가족에게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사라져야 한다고 봤다. 낙인은 줄고 질병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두꺼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현병은 그 많은 의사들도 명확한 원인을 모르는 병이에요. 가족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식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제목처럼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질문이 오래 맴도는 다큐멘터리다. 호평이 이어지며 한국 개봉 3일 만인 지난달 31일 누적 관객수 1만명을 돌파해 장기 흥행이 예상된다. 가족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만큼 추후 OTT나 VOD로 서비스하지 않으며 극장 상영만 이뤄질 예정이다.
K뷰티 기업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방문을 계기로 세계 3위 화장품 시장인 브라질 공략에 속도를 낸다. 정부도 K뷰티 기업들의 브라질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7일(현지시간)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 위치한 ‘브라질 화장품협회’와 전자상거래 플랫폼 ‘메르카도 리브레’를 연달아 방문해 K뷰티 중소기업의 브라질 진출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28일 밝혔다. 노용석 중기부 1차관(장관 직무대행)이 우리 측 대표로 두 기관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한국 화장품업계에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브라질 진출을 위한 정부 지원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온라인을 통한 현지 진출 활성화, 양국 뷰티업계 간 교류 확대 등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브라질 화장품협회 회원사들은 브라질 화장품 총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협회 방문에선 원료 등 후방산업을 포함한 화장품 가치사슬 전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의 기술력과 브라질의 천연자원을 결합한 공동 연구·개발 및 생산 추진 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남미지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메르카도 리브레와는 한국 중소 브랜드사들의 플랫폼 입점과 홍보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유관기관, 메르카도 리브레가 공동으로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브라질은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화장품 시장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브라질 화장품 시장은 올해 약 340억달러(약 49조976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남미 최대시장인 브라질을 거점으로 인근 국가까지 유통망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 뷰티기업들의 브라질 진출이 많지는 않았지만,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 인기가 높아지면서 K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브라질 화장품 수출액은 2020년 518만달러(약 76억원)에서 지난해 5430만달러(약 798억원)로 5년 만에 10배 넘게 늘었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 1위 품목인 화장품의 전년 동기 대비 중남미 수출액 증가율은 131.9%로, 전 지역 증가율 평균치(30.7%)의 4배가 넘었다.
이 대통령과 함께 브라질을 방문한 경제사절단엔 K뷰티기업 대표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한층 높아진 업계 위상을 실감했다.
이상목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사장,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는 28일(현지시간)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다.
노 차관은 “우리 화장품이 지금의 성장세를 넘어 세계 1위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 전반을 더 탄탄히 하고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풍부한 천연자원과 열정적인 문화를 보유한 브라질과의 협력이 이러한 과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폐기물은 누군가의 마을로 간다. 그리고 대체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향한다. 일반쓰레기나 음식물쓰레기 같은 생활폐기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관리해 시·도 경계를 넘어 반출할 때 반입협력금을 지불하는 ‘발생지 책임 원칙’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공장·건설 현장·병원 등에서 나오는 막대한 양의 산업폐기물은 사정이 다르다. 허가받은 민간업체라면 산업폐기물 처리장을 설립해 전국에서 폐기물을 끌어 모을 수 있다.
전체 폐기물의 90%를 차지하는 산업폐기물 처리 사업은 그래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진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에 따르면 산업폐기물 처리장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50~60%에 달한다.
문제는 ‘내 집 앞 쓰레기장’ 건립이 마을 주민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진행되는 일이 흔하다는 점이다. 산폐장 운영업체들이 이익을 챙긴 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사후관리를 지역에 떠넘기거나, 산업단지를 짓는다며 인허가를 받은 뒤 산단을 통째로 산폐장으로 전환하는 일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은 외면한 채로 지자체와 대기업이 추진하던 산단·산폐장 건설 계획을 막아낸 충남 예산 조곡리와 충북 괴산 사리면 주민들을 지난 16일과 20일 만났다.
“이게 무슨 소리냐.” 충남 예산군 조곡리 주민 고의숙씨(72)는 2023년 10월 말, 뒷집 어르신으로부터 종이 한 장을 전달받았다. ‘예산 조곡 그린컴플렉스 일반산업단지’ 추진 관련 공문이었다. 몇 년 전부터 ‘산단이 지어진다더라’ ‘옆 동네 응봉면으로 간다더라’ 뜬소문만 무성했던 차였다. 그 산단이 집 바로 앞 농지에 들어온다는 걸 어르신도 고씨도 그때 알았다. 이미 사업이 추진된 지 2년이 지난 뒤였다. “어르신이 산단 부지 안에 땅이 있었다. 땅 주인한테만 공문이 간 거였다. 당장 다음 날이 주민 설명회였는데, 설명회를 못 막으면 또 하나 절차가 넘어가는 거였다.” 고씨는 회상했다.
대대로 물려줄 고향을 찾던 고씨와 은퇴 후 농촌 생활을 꿈꾼 아랫집 조순희씨(66)는 사과 과수원과 옥수수밭이 펼쳐진 조곡리에 터를 잡았다. 길 건너 사는 두 사람은 집 앞에 들어오는 140만㎡(약 42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 건설 계획을 끝내 무산시켰다.
SK에코플랜트와 예산군청이 추진한 조곡리 산단 계획에는 3만2884㎡(약 1만평)에 달하는 산폐장이 포함돼 있었다. 자연이 좋아 귀촌한 고씨와 조씨에게 집 400m 앞에 산폐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은 청천벽력이었다. 사업이 추진된 건 2021년부터였는데, 두 해가 지나도록 이장 등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민은 이 사실을 몰랐다. 고씨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공문을 받은 이튿날 설명회장을 찾았다. 군청 공무원은 반발하는 주민들에게 “법대로 했다. 이미 (산단 계획을) 다 고시했다”며 “여러분만 반대하지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산단이 들어온다는 사실조차 몰랐는데 누가 찬성을 했다는 건지 주민들은 어리둥절했다. 알고 보니 군청이 지주나 이장협의회 등 일부 주민에게 산단 계획에 대한 주민 의견서를 알음알음 받아 둔 상태였다.
조씨는 “군청은 홈페이지에 고시하면 그걸로 끝이라는 식”이라며 “주민 대다수가 노인들인데, 군청 홈페이지를 누가 들어가서 어떻게 확인하겠나”라고 말했다.
설명회를 무산시킨 주민들은 본격적으로 산단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주민들에게 산단이 들어오면 산폐장도 지어진다는 사실을 알렸다. 군청은 산단이 들어오면 일자리와 세수,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득했다. 군청 말대로라면 땅값이 들썩일 법한데, 거대 산단 조성 소식에도 동네에는 그 흔한 ‘떴다방’ 하나 나타나지 않았다.
대책위는 국민신문고와 군청 홈페이지에 민원을 넣고, 반대 주민 의견서를 모으고, 군청과 도청에서 매일 시위를 이어갔다. 서울 SK 사옥 앞에서 집회도 열었다. 고씨는 당시 “주 5일 출근하듯” 싸웠다고 회상했다. 고씨와 조씨의 자녀들도 ‘나중에 살 고향을 훼손하지 말아 달라’는 글을 군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주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2024년 6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검토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고씨는 “대책이란 것들이 전부 차후, 차후, 차후였다”고 말했다. 주민 측 토론자의 질문에 산단 측 토론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산단 부지 안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맹꽁이에 대한 대책은 세우면서도 산단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 대한 대책은 없다는 점에 분노했다.
주민 반대가 이어지자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지난해 9월 민간기업이 산업단지를 빌미로 산폐장을 설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주민들은 도청으로 달려가 군청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SK에코플랜트는 산단에서 산폐장을 제외하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산단 규모가 유지되는 한 산폐장 계획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보고 산단 규모 자체를 줄이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11월5일, 결국 SK에코플랜트가 백기를 들고 군청에 사업 승인 신청 취하서를 제출했다. 주민들은 마을 잔치를 열고 축하했다. 조씨는 “누구든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만나러 갔고, 어디든 싸우러 갔다”며 “싸우다 보면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고씨는 “한 토론회에서 산업계 관계자가 산폐장을 화장실에 비유하며 ‘화장실이 어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며 “그분에게 ‘자기가 싼 똥은 자기 집 화장실에서 처리해야지, 왜 남의 집에 화장실을 짓겠다는 거냐. 그게 옳은 생각이냐’ 물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살아온 60년 넘는 세월 동안 농촌만 계속 손해를 보고 도시는 한 번도 손해를 본 적이 없다”며 “지금도 송전탑 세운다고, 반도체 산업 키운다고 난리지만 아무도 농촌을 어떻게 살릴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농촌 없는 나라가 어디 있나”라고 했다.
충북 괴산군 사리면 김용자 이장(54)도 지역 주민들과 힘을 합쳐 지자체가 추진해온 산폐장을 막아냈다. 사리면은 거의 모든 가구가 농사를 짓는 전통적인 농촌으로, 시민단체에서 지역 재생 운동을 하던 김 이장은 2010년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왔다.
2020년 2월, 김씨가 이장이 된 지 한 달 만에 집으로 날아온 공문에는 김씨 부모님의 논밭이 ‘개발행위 허가제한 지역’으로 지정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괴산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건설을 위한 부지에 김씨 가족의 땅이 포함된 것이다. 군청 홈페이지를 뒤졌더니 ‘산단 출자·설립 타당성 검토 보고서’가 나왔다. 괴산 어딘가에 지어질 거란 산단이 우리 마을에, 부모님 땅 위에 지어진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지난 20일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김 이장은 “괴산 군내 다른 산단도 미분양 상태인데 177만5937㎡(약 54만평)의 대규모 산단이 또 지어진다는 게 이상했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산폐장이 실질적인 목적일 수 있다고 의심했다. 산단에는 약 6만6116㎡(약 2만평) 규모의 산폐장 건설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김 이장은 “부지 내에 여섯 가구가 살고 있고 동네 논도 다 거기 있어서 산단이 조성되면 마을이 반 토막 나는 거였다”며 “주민들에게 다른 데 가서 살라는 것과 다름 없었다. 산단 반대는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였다”고 회고했다. 사리면 역시 주민의 대부분이 80~90대이고 새로 귀촌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70대 이상의 은퇴자다.
사리면에서도 일부 주민들만이 산단 설립 계획을 알고 있었다. 주민 일부는 산단이 건설되면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이 좋아질 것이라며 찬성했다. 산단 부지에 돼지농장과 퇴비 공장 등 악취를 풍기는 시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 간 갈등은 마을에 상처를 남겼다. 산단에 반대하는 대책위 주민들이 각종 신고를 당하거나 군청 지원사업을 빌미로 한 압박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군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고 주민들을 설득하며 ‘아군’을 늘려갔다. 결국 2022년 지방선거에서 ‘산단 전면 재검토’를 공약한 송인헌 국민의힘 후보가 사업을 추진하던 이차영 더불어민주당 군수를 꺾고 당선되면서 산단 계획은 백지화됐다. 김 이장은 “농촌에서 개발 논리는 정당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돼지농장과 퇴비공장은 문을 닫았고, 부지에는 돌봄시설과 스마트팜 등을 조성하는 공간 정비 사업이 추진된다. 산단이냐, 냄새나는 축사냐. 사리면 주민들에게는 애초에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김 이장은 말한다. 산단 외에 돌봄센터, 스마트팜 같은 다른 ‘보기’가 있었다면 찬성 측 주민들도 다른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 김 이장은 “애초에 군청은 답을 미리 정해 놓고 밀어 붙였다”며 “주민들에겐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두 마을의 산단 백지화는 이례적인 사건이다. 수만 평 규모의 산단 계획 등 마을의 성쇠를 다루는 일이 대부분의 주민 모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땅 주인이나 일부 이장 등이 사업의 전체 내용을 듣지 못한 채 ‘일자리가 늘어날 것’ ‘지역이 살아날 것’이라는 지자체 논리에 동의하며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지역 발전’을 명분삼아 도시의 산업폐기물을 받는 산폐장이 농촌지역 주민들의 충분한 동의 없이 들어서기도 한다.
2024년 공익연구센터 블루닷이 지역별 폐기물 발생량 대비 처리량 비율을 분석한 결과, 전국의 산업폐기물 처리는 농촌과 지방 중소도시에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충남 보령, 경북 고령·구미 지역은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의 20배 이상을 매립해 왔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물량의 산업폐기물을 매립하는 지역은 경북 경주시였다. 경주시에서는 2022년 기준 9만2885t의 산업폐기물이 발생했는데, 경주 산폐장에서 처리하는 산업폐기물량은 59만8106t으로 발생량의 약 6.4배에 달했다.
농본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산업폐기물에도 ‘발생지 책임 원칙’을 적용하고, 처리시설 주변 주민의 알 권리·참여권과 보상 및 지원 체계를 법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산업폐기물 공공관리체계 구축을 약속했지만 국정 과제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김 이장은 산단 백지화 이후에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최근 사리면을 포함한 괴산군 일대에 신영주와 북천안을 연결하는 초고압 송전선로가 통과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군과의 싸움 이후, 그는 이제 국가를 상대로 한 갈등을 마주하고 있다. 김 이장은 “이번에는 노선을 바꾸라고도 할 수 없다. 우리 마을이 아니면 옆 마을로 갈 뿐”이라며 “정부가 지역 소멸을 걱정하면서도 산단과 송전탑이 들어오면 사람들이 떠난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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