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개미들 수심도 ‘레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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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 행복이이 연락처 연락처 : E-mail E-mail : djnfgsdj344hg@naver.com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6-08-03 23:57본문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근조화환이 등장했습니다. 흰 리본에는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퇴출!’ ‘2배 빠른 파산’ 같은 문구가 적혔어요. 빨간색만 가득할 것 같던 증시가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고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2배로 패닉입니다. 출시 두 달 만에 파국을 불러온 문제의 레버리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매수 사이드카와 매도 사이드카를 오가며 단기간에 급상승한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어요. 이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는 지난 5월 27일 국내 증시에 상장됐는데 평균 손실률이 40%를 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레버리지 투자자 온라인 커뮤티에는 익숙한 “한강 수온 확인” 글부터 “5000만원이 반토막났다”거나 “한 달 만에 5억을 잃었다”는 피해사례 증언이 잇따릅니다. 마트에 진열된 ‘2배 사과식초’를 보고 “사과식초 레버리지”라며 “일상생활에도 레버리지가 스며들었다는 증거”라는 자조섞인 밈도 등장했어요. 정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 한도를 정하는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하는 데 부심하는 모습입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등장 배경에는 지난해 말부터 고공행진한 원-달러 환율이 있습니다. ‘서학개미’가 달러 유출과 원-달러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개인 투자자의 ‘국장’ 복귀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고안된 상품이에요. 국내 증시에도 구미 당기는 상품을 만들어서 서학개미를 데려온다는 발상입니다.
정부가 레버리지 ETF 상품을 구상한 것은 올해 1월, 상장 시점은 5월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 시장이 급변했어요.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5000대에서 8000대로 급등했습니다. 돌이키면 투자 열기가 과열은 아닌지 살펴봐야 했던 때입니다. 이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쏠림 현상이 있었고요. 이런 분위기에 단일 레버리지 상품 출시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로 작동했습니다. ‘빚투’가 올해 2분기 하루 평균 62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삼전닉스 레버리지는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레버리지 ETF 상품은 일별 등락률을 2배 반영하는데, 이 작업(리밸런싱)이 장 마감 직전에 이뤄집니다. 증시가 오른 날은 더 오르고, 떨어진 날은 더욱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 돼요. 게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들어 50%를 넘나듭니다.
이렇게 덩치 큰 두 상품이 출렁인 영향은 5월 27일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발동된 매도 사이드카 횟수로 나타납니다. 어제(30일) 기준 올해 코스피 총 22차례 매도 사이드카 중 13번이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후 발동했습니다. 서킷브레이커는 올해 총 8차례 중 6차례가 이 기간에 발생했고요.
불안정해진 시장은 약간의 버블 우려에도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워낙 단기간 급등한 탓에 언젠가 조정이 불가피했다지만 타격이 훨씬 컸어요. “1만5000까지 간다”며 훈풍이 불던 코스피가 이대로 얼어붙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돌아보면 경고등은 적시에 들어오고 있었는데 풀악셀을 밟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뒤늦은 후회와 대책 마련의 장면들이 보입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다.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요. 지난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주식이 아닌 현금 형태만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조치는 오늘(31일)부터 시행돼요. 정부는 개인별 전체 투자금에서 레버리지 상품이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게 제한할 방침입니다. 장 막판 주가 널뛰기를 막기 위해 리밸런싱 시점을 분산하는 방안도 추진되고요.
후회와 대책 마련의 다른 말은 정책 실패입니다. 실패가 뼈아픈 와중에 허탈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국 증시 변동성과 관련해 우리나라 시장의 특성을 원인으로 거론하면서 “파생상품의 비중이 크다는 점, 개인 투자자가 많고 역동적으로 투자를 한다는 점, 투자자들의 구성”을 언급했어요.
한국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의 역동성은 상수입니다. 국장 관련 밈과 농담이 넘쳐나는 이유를 몰랐다면 무능일 거예요. 문제의 상품 상장 첫날 거래액은 10조원이었고, 개인이 사들인 것만 2조원입니다. 노후자금, 은퇴자금, 각종 종잣돈, 심지어 전세금이 들어가고 영끌·빚투가 나타날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미래였습니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장 시점(5월 27일)이 하필 6·3 지방선거 직전이었다는 것을 꼬집는다면 너무 고약한 것일까요?
분노와 의심이 너무 앞서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러나저러나 개미들의 손을 떠난 손실액이 돌아올 길은 까마득해 보이고요. 이런 예민한 시점에 원인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발언은 분노와 의심도 복리로 불러올 겁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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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택연금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아들의 대선 출마 현장에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아바타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가택연금 조건인 외부 소통 금지를 우회했다는 비판과 함께 AI를 통한 대리 유세가 선거법 위반인지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오는 10월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가문의 정치적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아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 후보의 대선 출정식에 AI 아바타로 등장했다. 아바타는 “나는 내가 한 적 없는 일로 부당하고 자의적인 결정에 따라 투옥되고 침묵 당했다”며 “나를 대신할 사람인, 내 혈육이자 아들 플라비우를 따뜻하게 맞아달라”고 말했다.
육군 대위 출신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후보에게 패배한 뒤 쿠데타 모의 등 혐의로 지난해 9월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가택연금으로 전환됐다. 당시 법원은 전환 조건으로 SNS 등 모든 형태의 외부 접촉을 금지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AI 아바타를 내세워 가택연금 조건을 어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브라질 대법원은 전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해당 영상 제작을 승인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는 사법 명령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재수감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FT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브라질 보수 진영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아들 플라비오 후보가 아버지의 인기를 부당한 방식으로 활용하려 했다고 전했다. 플라비오 후보는 최근 대규모 은행 사기 사건 배후와의 연루 의혹, 계모와의 공개적인 불화 등 잇단 논란에 휘말려 있다.
선거법 위반 소지도 거론된다. 브라질 선거법은 AI로 생성·조작한 콘텐츠에 AI 사용 사실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후보자에게 유불리로 작용할 수 있는 딥페이크(불법 합성물) 제작을 금지하고 있다.
대선 경쟁자인 룰라 대통령 측은 해당 영상을 최고선거법원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실제 인물과 구별하기 어려운 AI 영상이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측 변호인단은 영상 시작에 앞서 AI로 제작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렸으며 유권자를 기만할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면회조차 금지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영상 제작을 승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아바타는 과거 룰라 진영이 후보 얼굴이 새겨진 가면을 활용했던 선거운동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AI의 정치적 활용 범위를 규정할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법 전문가 카를루스 메드라도는 FT에 “브라질 법원은 이전에 관련 규정을 검토한 적이 없다”며 “이번 사태는 법원이 관련 기준을 정할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2026년 선거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고선거법원의 판단에 따라 플라비우 후보의 대선 출마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브라질 제툴리우바르가스 재단의 선거법 교수인 페르난도 나이서는 현지 경제 전문 일간 발로르 이코노미쿠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사용한 방식은 AI 표식을 넣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방식이 아니라며 “후보 자격을 박탈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바르 하르트만 상파울루 인스퍼대학 법학과 부교수는 로이터통신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AI 영상 제작이나 공개를 직접 승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경우 실질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도 변수로 꼽힌다. 미국은 지난해 친트럼프 성향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기소된 뒤 룰라 정부가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며 브라질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최근 룰라 정부는 미국이 플라비우 후보 측과 공조해 자국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며 미 당국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이 가운데 플라비우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아틀라스인텔과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 1차 투표 지지율에서 룰라 대통령이 44.9%로 플라비우 후보(35.8%)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 사이드카와 매도 사이드카를 오가며 단기간에 급상승한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어요. 이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는 지난 5월 27일 국내 증시에 상장됐는데 평균 손실률이 40%를 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레버리지 투자자 온라인 커뮤티에는 익숙한 “한강 수온 확인” 글부터 “5000만원이 반토막났다”거나 “한 달 만에 5억을 잃었다”는 피해사례 증언이 잇따릅니다. 마트에 진열된 ‘2배 사과식초’를 보고 “사과식초 레버리지”라며 “일상생활에도 레버리지가 스며들었다는 증거”라는 자조섞인 밈도 등장했어요. 정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 한도를 정하는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하는 데 부심하는 모습입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등장 배경에는 지난해 말부터 고공행진한 원-달러 환율이 있습니다. ‘서학개미’가 달러 유출과 원-달러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개인 투자자의 ‘국장’ 복귀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고안된 상품이에요. 국내 증시에도 구미 당기는 상품을 만들어서 서학개미를 데려온다는 발상입니다.
정부가 레버리지 ETF 상품을 구상한 것은 올해 1월, 상장 시점은 5월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 시장이 급변했어요.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5000대에서 8000대로 급등했습니다. 돌이키면 투자 열기가 과열은 아닌지 살펴봐야 했던 때입니다. 이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쏠림 현상이 있었고요. 이런 분위기에 단일 레버리지 상품 출시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로 작동했습니다. ‘빚투’가 올해 2분기 하루 평균 62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삼전닉스 레버리지는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레버리지 ETF 상품은 일별 등락률을 2배 반영하는데, 이 작업(리밸런싱)이 장 마감 직전에 이뤄집니다. 증시가 오른 날은 더 오르고, 떨어진 날은 더욱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 돼요. 게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들어 50%를 넘나듭니다.
이렇게 덩치 큰 두 상품이 출렁인 영향은 5월 27일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발동된 매도 사이드카 횟수로 나타납니다. 어제(30일) 기준 올해 코스피 총 22차례 매도 사이드카 중 13번이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후 발동했습니다. 서킷브레이커는 올해 총 8차례 중 6차례가 이 기간에 발생했고요.
불안정해진 시장은 약간의 버블 우려에도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워낙 단기간 급등한 탓에 언젠가 조정이 불가피했다지만 타격이 훨씬 컸어요. “1만5000까지 간다”며 훈풍이 불던 코스피가 이대로 얼어붙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돌아보면 경고등은 적시에 들어오고 있었는데 풀악셀을 밟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뒤늦은 후회와 대책 마련의 장면들이 보입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다.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요. 지난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주식이 아닌 현금 형태만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조치는 오늘(31일)부터 시행돼요. 정부는 개인별 전체 투자금에서 레버리지 상품이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게 제한할 방침입니다. 장 막판 주가 널뛰기를 막기 위해 리밸런싱 시점을 분산하는 방안도 추진되고요.
후회와 대책 마련의 다른 말은 정책 실패입니다. 실패가 뼈아픈 와중에 허탈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국 증시 변동성과 관련해 우리나라 시장의 특성을 원인으로 거론하면서 “파생상품의 비중이 크다는 점, 개인 투자자가 많고 역동적으로 투자를 한다는 점, 투자자들의 구성”을 언급했어요.
한국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의 역동성은 상수입니다. 국장 관련 밈과 농담이 넘쳐나는 이유를 몰랐다면 무능일 거예요. 문제의 상품 상장 첫날 거래액은 10조원이었고, 개인이 사들인 것만 2조원입니다. 노후자금, 은퇴자금, 각종 종잣돈, 심지어 전세금이 들어가고 영끌·빚투가 나타날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미래였습니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장 시점(5월 27일)이 하필 6·3 지방선거 직전이었다는 것을 꼬집는다면 너무 고약한 것일까요?
분노와 의심이 너무 앞서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러나저러나 개미들의 손을 떠난 손실액이 돌아올 길은 까마득해 보이고요. 이런 예민한 시점에 원인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발언은 분노와 의심도 복리로 불러올 겁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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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택연금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아들의 대선 출마 현장에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아바타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가택연금 조건인 외부 소통 금지를 우회했다는 비판과 함께 AI를 통한 대리 유세가 선거법 위반인지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오는 10월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가문의 정치적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아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 후보의 대선 출정식에 AI 아바타로 등장했다. 아바타는 “나는 내가 한 적 없는 일로 부당하고 자의적인 결정에 따라 투옥되고 침묵 당했다”며 “나를 대신할 사람인, 내 혈육이자 아들 플라비우를 따뜻하게 맞아달라”고 말했다.
육군 대위 출신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후보에게 패배한 뒤 쿠데타 모의 등 혐의로 지난해 9월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가택연금으로 전환됐다. 당시 법원은 전환 조건으로 SNS 등 모든 형태의 외부 접촉을 금지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AI 아바타를 내세워 가택연금 조건을 어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브라질 대법원은 전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해당 영상 제작을 승인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는 사법 명령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재수감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FT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브라질 보수 진영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아들 플라비오 후보가 아버지의 인기를 부당한 방식으로 활용하려 했다고 전했다. 플라비오 후보는 최근 대규모 은행 사기 사건 배후와의 연루 의혹, 계모와의 공개적인 불화 등 잇단 논란에 휘말려 있다.
선거법 위반 소지도 거론된다. 브라질 선거법은 AI로 생성·조작한 콘텐츠에 AI 사용 사실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후보자에게 유불리로 작용할 수 있는 딥페이크(불법 합성물) 제작을 금지하고 있다.
대선 경쟁자인 룰라 대통령 측은 해당 영상을 최고선거법원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실제 인물과 구별하기 어려운 AI 영상이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측 변호인단은 영상 시작에 앞서 AI로 제작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렸으며 유권자를 기만할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면회조차 금지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영상 제작을 승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아바타는 과거 룰라 진영이 후보 얼굴이 새겨진 가면을 활용했던 선거운동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AI의 정치적 활용 범위를 규정할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법 전문가 카를루스 메드라도는 FT에 “브라질 법원은 이전에 관련 규정을 검토한 적이 없다”며 “이번 사태는 법원이 관련 기준을 정할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2026년 선거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고선거법원의 판단에 따라 플라비우 후보의 대선 출마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브라질 제툴리우바르가스 재단의 선거법 교수인 페르난도 나이서는 현지 경제 전문 일간 발로르 이코노미쿠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사용한 방식은 AI 표식을 넣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방식이 아니라며 “후보 자격을 박탈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바르 하르트만 상파울루 인스퍼대학 법학과 부교수는 로이터통신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AI 영상 제작이나 공개를 직접 승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경우 실질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도 변수로 꼽힌다. 미국은 지난해 친트럼프 성향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기소된 뒤 룰라 정부가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며 브라질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최근 룰라 정부는 미국이 플라비우 후보 측과 공조해 자국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며 미 당국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이 가운데 플라비우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아틀라스인텔과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 1차 투표 지지율에서 룰라 대통령이 44.9%로 플라비우 후보(35.8%)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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