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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메가프로젝트는 기업보다 사람…지역에 인재가 머물 도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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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 행복이이 연락처 연락처 : E-mail E-mail : djnfgsdj344hg@naver.com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6-08-0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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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이미 옛말이 됐다. 부모 경제력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천의 위치’도 중요해졌다. 인구의 절반가량이 출생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별 부익부 빈익빈이 개인에게 그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소득 하위 50%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지방에 남은 자녀(1986~1990년생) 10명 중 8명은 여전히 소득 하위 50%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러니 청년들은 기를 쓰고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고, 지역은 더 피폐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초 지역 불균형 완화를 위해 ‘5극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을 중심으로 다극 체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해 말 “지방에 기업이 투자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가겠다”고 보고한 지 반년 만인 지난 6월 ‘3대 메가프로젝트’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달 30일 만난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초광역권을 염두에 두고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려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균형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공간을 재설계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다만, 마 교수는 대기업의 반도체 전공정 공장(팹) 투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고용 효과가 제한적이라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고용정책, 분배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초광역권 내부의 격차 해소를 위해 도시에서 나온 이익 중 일부를 농어촌으로 돌리는 방안도 제안했다.
-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가 지역균형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요.
“AI 혁명은 기존 산업혁명보다 더 광범위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만큼 AI 산업에 대한 투자도 많이 필요할 텐데요. 계속 수도권에만 투자하는 건 불가능하고 지역에도 투자를 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 균형발전을 위한 새로운 틀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산업계획은 도시계획과 상당히 맞물려 있는데요.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공간을 재설계해야 AI 산업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 호남에 반도체 팹 4기를 짓는다는 발표 뒤 ‘호남 특혜’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산업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니 다른 주요국도 경제안보 차원에서 산업정책을 펴고 있어요.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반도체 팹을 빨리 지을 수 있는 곳을 물색했을 텐데요. 그 과정에서 평지이고, 국가 소유인 땅(광주 군공항)이 서남권에 보였을 겁니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이기도 하고요. 서남권이 최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논의 과정에서 제일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 야당은 ‘기업 팔 비틀기’라고 비판을 했었는데요.
“기업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과 협의 과정을 거쳤을 텐데요. 호남 반도체 팹 구축이 자사에 해가 되는 것이라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절대로 응하지 않았을 겁니다. 투자 규모가 큰 만큼 기업 입장에선 존망이 달린 문제예요.”
- 호남에 반도체 팹이 들어선다 해도 인재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었는데요.
“초기에 인재를 모으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순 있을 것 같아요.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인재들이 원하는 정주 환경을 세심하게 마련하는 것입니다. 인재들이 돈만 준다고 오는 시대는 지났어요. 의사들을 보면 엄청나게 높은 급여를 제시해도 지방으로 잘 안 가잖아요. 자녀 교육, 배우자의 맞벌이 기회, 문화적 니즈(욕구)의 충족, 의료 등도 중요해요. 배후 주거단지를 계획할 때 피고용자들의 니즈를 잘 반영하는 도시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지역 차원에서 거점대학과 연계해 인재를 기르는 시스템도 중요하고요.”
- 인재 유치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진다고 볼 수 있을까요.
“과거에는 법인세 깎아주고 토지 가격을 싸게 해주는 등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해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이었어요. 일자리가 있으면 사람들이 그곳으로 모이는 게 대세였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혁신 인재를 구할 수 있는 곳으로 기업들이 달라붙고 있습니다. 이젠 기업도 중요하지만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의 중요성이 높아진 시대가 된 거죠. 정주 여건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기업도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주 여건 개선 노력이 기업 유치 노력만큼 중요해졌습니다.”
- 정부가 추진하는 5극3특 전략 측면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를 평가한다면요.
“예전에는 균형발전의 단위를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보는 경향이 강했어요. 전 국토가 고르게 발전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기초지자체 중심의 정책이 많이 나왔습니다. 수도권은 광역 교통망으로 기능적으로 하나로 묶인 메가시티가 됐지만 지역은 기초지자체 단위 경쟁이 아직 남아 있어요. 중앙정부는 갈등 최소화를 위해 예를 들어 그냥 중간에 KTX역을 설치하는 식으로 대응해왔고요. 이러다 보니 지역도 초광역권 전략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커졌는데요. 그 산물이 5극3특입니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초광역권을 염두에 두고 산업 생태계를 재편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적실하다고 봅니다.”
마 교수는 2018년 저서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에서 지방분권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임은 분명하지만 ‘광역화’와 ‘거점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들 간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분권의 단위는 226개 기초지자체가 아니라 보다 넓은 광역 단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행정구역 개편도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 초광역권 내부의 거점 체계는 왜 중요한가요.
“초광역권 내 거점 전략을 취해야 하는 이유는 인구 감소 시대라 ‘집적의 경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공간계획의 기본인 거점 체계엔 대도시 거점, 중소도시 거점, 농어촌의 작은 거점이 존재할 텐데요. 각 거점을 구축하고 거점과 거점을 이어 이 네트워크 덩어리가 수도권같이 하나의 도시처럼 작동하도록 하는 게 초광역권 전략의 기본 콘셉트입니다. 지역은 그간 광역 교통망도 안 돼 있고, 인구도 줄고 흩어지면서 경쟁력이 점점 떨어졌던 거죠.”
- 거점 체계를 구축해야 농어촌도 붕괴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건가요.
“예컨대 응급의료시설, 백화점 등은 배후 인구가 적기 때문에 농어촌에 들어설 수가 없잖아요. 농어촌이 중소도시, 대도시와 연계돼야 도시의 인프라를 향유할 수 있습니다. 중소도시가 버텨주고 서비스·교통망 연계가 되는 게 중요합니다. 아울러 아무래도 도시가 미래산업 환경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도시에서 나온 이익 중 일부를 농촌으로 보조하는 전략도 필요해요. 세금정책을 쓰거나 상생기금을 만드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도시와 농촌을 하나의 구역으로 묶어 결합 개발·정비를 하는 방식도 있고요.”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구상에는 2035년까지 총 18.4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1GW의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필요한 부지가 최소 축구장 140개 규모라는 걸 고려하면 향후 축구장 2576개 규모의 부지가 필요하다. 건설 과정에선 단기적으로 일자리가 늘겠지만 완공 뒤 필요한 일자리는 수십~수백개 수준에 불과할 수 있다.
- 균형발전의 핵심은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건데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인 AI·반도체 산업의 경우 고용유발 효과가 낮습니다.
“대기업 투자에 따른 고용 효과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다만 산업 생태계가 대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아니잖아요. 지역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신산업으로 잘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고용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물 등 자원을 빨아들이며 지역사회에 부담을 주면서도 고용 효과는 낮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고용 효과가 거의 없는 데다 지역의 생태계, 전력망에 부담을 주니 해외의 지역사회에서 엄청난 기피시설이에요. 3대 메가프로젝트 때문에 추가로 지어질 원전, 소형모듈원자로(SMR)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시설이 들어서는 곳의 주민에게 이익의 상당 부분이 돌아가고, 그 이익으로 다른 일자리를 만들거나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대기업만 이익을 다 가져가는 구조는 정의롭지 못한 만큼 분배 시스템을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 3대 메가프로젝트는 공간정책 차원에선 다극화지만 산업정책 차원에선 AI·반도체 일극화라 리스크도 있지 않을까요.
“우선 AI 산업 성장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는 뚜렷한 흐름이고요. 다음으로 AI 분야가 하나의 업종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AI는 반도체부터 시작해 데이터센터, 로봇, 모빌리티, 의료, 농업 등 모든 분야에 연관되는 기반 기술이기 때문이에요. 지역별 특화 자원을 잘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면 산업도 특화·다변화되고 공간 차원에서도 균형발전이 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을까요.”
- 역대 정부에서 다양한 균형발전 정책이 있었지만 수도권 일극화는 심화되고 있는데 왜 그럴까요.
“역대 정부 정책이 효과가 없진 않았지만 수도권 집중 흐름이 워낙 강해 한계가 있었던 거죠. 다만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균형발전의 공간 단위를 초광역적으로 보지 못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서 신도시를 개발하는 방식처럼 지역을 개발했어요. 기존 도시의 외곽 논밭을 매입해 혁신도시를 만들었던 거죠. 인구가 팽창하는 곳에선 먹히는 전략이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곳에선 외곽 개발을 하면 도시 체력이 떨어집니다. 원도심 인구가 혁신도시로 이동하면서 원도심은 피폐해지는 거죠.”
- 공공기관 이전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150곳이 넘는 공공기관이 이전을 했지만 지역의 산업 생태계 속에 녹아들지 못하고 ‘외딴섬’으로 있습니다. 지방세만 내는 존재가 되다 보니 지역에 미치는 파급력이 너무 낮아요. 다행인 건 발표를 앞두고 있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계획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 첫 광역 행정통합 모델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은 어떻게 보셨나요.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게 지역정책의 1순위라고 생각하는데요. 행정통합은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입니다. 다만 행정통합은 산업을 키우고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데 훨씬 더 유리한 수단입니다. 예전엔 지자체끼리 분절화돼 치고받고 싸웠는데 행정통합으로 이젠 ‘우리’가 되니깐 거버넌스(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가 쉽습니다. 제대로 된 위치에, 제대로 된 규모로 교통망을 설계할 수 있고 결합 개발도 할 수 있는 거죠.”
- 다른 지역의 광역 행정통합도 중요한가요.
“광역 행정통합이 된 곳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밖에 없어 5극3특 실현엔 한계가 있어요. 철도망, 응급의료센터 등을 초광역적으로 설계하기 위해 다른 지역은 법적 기반이 있는 ‘광역연합’을 과도기적으로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행정통합을 해야 합니다. 현재 행정 시스템은 조선시대 태종 때 만들어졌고 고종 때 큰 도를 남도, 북도로 나눈 거예요. 산과 물 등 자연 지형에 맞춘 경계를 21세기에도 쓰고 있습니다. ‘시간 거리’가 점점 축소되면서 전국을 대상으로 도시계획을 세워야 될 판에 분절화된 행정구역으로 지역 발전이 막혀 있는 거죠.”
- 정부가 균형발전을 위해 더 살펴볼 측면이 있을까요.
“청년 인구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2명 들어올 때 40대 이상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1명이 나가고 있어요. 지역 내부에서도 청년은 조금 더 큰 도시로 이동하고, 40대 이상은 작은 도시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생에서 두 번의 큰 이주가 있는 겁니다. 지역에선 청년정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데 중장년을 받아들일 정책은 잘 보이지 않아요.”
- 중장년의 지방 이주를 더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1차(1955~1963년생)·2차(1964~1974년생) 베이비부머를 인터뷰해보면 수도권에서 벗어나 인생 2막을 시작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그런데 이들의 주택보유율이 76%가량으로 높아 실행을 못하고 있습니다. 주택연금에 가입해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법도 있는데 연금을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실거주를 해야 해요. 지역으로 가면 이 실거주 요건을 풀어주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지방 이주로 비는 집을 무주택자나 청년에게 임대하면 전월세 물량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어요.”
-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이 추진되는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부 부처가 세종시에 있다 보니 공무원들이 서울에 올라와 업무를 보는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당연히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고요.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사당이 서울에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요. 세종시에 두 공간이 만들어져도 쓰임새가 굉장히 낮을 가능성이 큽니다. 세종시로 일원화를 하고, 세종시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봐요.”
2시간가량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마 교수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마 교수는 균형발전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차원을 넘어 ‘국가 존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저출생, 높은 집값, 청년세대의 고통 등이 모두 수도권 일극화와 얽히고설켜 있어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지방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가는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는데 이 선택이 집단적으로 모여서 공멸로 가는 거죠. 국가 존망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이번이 균형발전의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합니다. 이미 늦었지만,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더는 기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2023년 말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북한은 군사분계선 일대를 ‘남부국경체제’로 재편 중이다. 이는 국경 선언 및 법제화, 국경 군사교리의 재정의, 국경 부대 편제·배치, 그리고 국경 화력체계의 현대화라는 네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린 국가 프로젝트다.
주목할 점은 사거리 60~420㎞의 국경 화력체계와 핵무기의 ‘연동’이다. 과거 다량의 장사정포를 쏟아붓는 저정밀 소모전형 배치에서, ‘자동화·정밀화·장거리화’ 3원칙 아래 정밀타격체제로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탄두의 기능 분화와 궤를 같이한다. 집속·파편지뢰탄, 초대형 탄두는 물론 전술핵이 선택지로 핵지휘체계와 수직 통합된 구조다. 북한은 ‘남부국경’ 화력이 국가 핵지휘체계(‘핵방아쇠’)와 연동돼 있음을 과시한다. 즉 차단물·경계체계(거부), 자동화 정밀화력(응징), 전술핵·특수탄두(확전우세), 전략핵(제2사명) 등의 확전 사다리가 연동된 구도로, ‘요새화된 국경’을 곧 ‘핵무장된 국경’으로 인식시키려는 의도다.
국경화와 비대칭 핵 억지가 결합된 형태는 세계 국경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모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 “0.001㎜ 침범도 합법적 보복”으로 공언한 것은, 미세한 침범도 보복 명분으로 삼겠다는 ‘촉발선형(trip-wire) 태세’다. 대폭 낮아진 문턱은 상대의 행동을 위축시키려는 ‘강압’과 ‘억제’의 경계에 걸쳐 있으며, 공세적 억제 효과를 노린 포석이지만, 우발적 충돌이 순식간에 핵 확전으로 비화할 위험을 구조적으로 내장한다. 선언과 실제 행동 사이엔 괴리가 있으나, 일단 법제화와 실전 배치가 완료된 이상 위기 시 자기구속 효과가 발동해 걷잡을 수 없는 과잉 반응으로 폭발할 뇌관은 여전히 살아 있다.
북한식 ‘남부국경체제’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지점은 정전협정에 대한 ‘선택적 전유’다. 북한은 정전협정의 전면 폐기를 공식 선언하지 않고, 규범적 의미는 형해화하되 물리적 선과 유엔사 통신선은 국경관리에 활용하는 모양새다. 여기엔 나름의 계산이 있어 보인다. 전면 부정이 낳을 미국과의 정면충돌 위험 및 중국의 외교적 부담을 피하면서, 향후 북·미관계 개선 시 불가침·종전 논의의 유리한 지렛대로 쓰려는 포석이다. 결국 정전협정이라는 임시 체제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면서, 이를 대내외 억제의 정치적 신호로 활용하려는 고도의 계산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남부국경화는 기존 단일 틀로 설명되지 않는 복합·혼성 모델이다. 첫째, 일방적으로 선을 긋고 국내법으로 정당성을 대체하는 조지아형 ‘국경화’의 기정사실화 논리다. 둘째, 체제 부담(외부 문화 유입, 흡수 공포 등)을 차단하기 위해 세운 동독형 ‘사회주의 절연’, 즉 냉전형 역방향 장벽의 안보 동학이 깔려 있다. 셋째, 재래식 열세를 상쇄하고자 전술핵을 최전방에 편입시킨 비대칭 핵 확전 태세의 결합이다. 넷째, 무기체계 배치와 훈련 과정을 공개하며 가시성 자체를 무기화하는 ‘억제의 신호정치’, 즉 수행적 과시의 상시체계화다.
요컨대 북한의 ‘국경 요새화’ 프로젝트는 ‘국경화’와 ‘핵억지’를 결합한 ‘핵무기 연동 절연·과시형 국경체제’다. 향후 북한은 단기적인 위력 과시를 넘어, 국경지대의 다층적 핵무장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을 것이다. 요새화 공사 완결과 화력훈련을 정치적 이벤트로 띄우며 국경의 다층적 핵무장을 시위할 공산이 크다. 중장기적으론 국경 화력의 ‘핵 이중용도화’를 노골화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군력 확충으로 긴장을 바다로 확장할 것이다. 아울러 실전 교훈을 덧입힌 인공지능(AI) 무인기와 전자전을 최전방에 편입하고,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화력망 지붕으로 얹어 육상·해상, 재래식·비대칭 전력이 교직된 완전한 요새화를 지향할 것이다.
우리의 대응은 확고한 억제와 다층적 군비통제의 균형이어야 한다. 저고도 AI 유도무기와 전술핵 위협에 대응할 다층 방어망을 선제적으로 보강하고, 국지 충돌이 핵 확전으로 치닫지 않도록 통제 계획을 전략적·전술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다른 한 축은 다층적 군비통제다. 낮은 층위로는 북한이 전용한 유엔사 채널을 역활용해 우발 충돌을 제어할 상호 통보 관행을 끈질기게 제도화하고, 무인기·전단 등 비국가 행위자발 위험을 제어할 민간 활동 관리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 상위 층위로는 핵과 재래식이 얽힌 국경 화력 자체를 위협 감소와 군비 제한 의제로 끌어낼 구조적 군비통제의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군비통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억제는 위태롭고, 억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군비통제는 공허하다.
온라인 쇼핑몰 검색창에 ‘고구마 간식’을 입력하면 비슷한 모양의 제품들이 줄줄이 뜬다. 가격은 수백 원에서 수천 원씩 차이가 난다. 소비자는 원료보다 가격을 먼저 비교하고, 중소기업은 품질보다 가격을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구마 간식으로 누적 판매량 1700만개를 기록한 중소기업이 있다. ‘리얼이구마’와 ‘빼빼구마’를 만든 그로위드다. 시장을 처음 열었지만 임주영 대표는 ‘원조’라는 단어를 자랑처럼 쓰지 않는다. 그 뒤에 숨겨진 ‘책임’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엄마의 불편함’에서 시작된 창업
임 대표의 창업 아이디어는 거창한 사업계획서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두 아이를 키우던 평범한 엄마의 일상에서 시작됐다.
2019년 어느 날, 큰아이의 학원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둘째에게 삶은 고구마와 바나나를 먹이던 그는 문득 ‘원물 그대로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더 편하게 먹일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 작은 질문은 훗날 누적 판매량 1700만개를 기록한 고구마 간식 ‘리얼이구마’의 출발점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임 대표의 원래 직업은 식품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학교에서는 상담교사로, 병원에서는 재활심리 상담사로 일하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을 해왔다. 하지만 그는 “사람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보는지가 결국 마음과도 연결된다”고 믿었고, 그 관심은 자연스럽게 먹거리로 이어졌다.
일하는 틈틈이 로우푸드와 스무디를 공부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고,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뒤에는 성분표와 원산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부모가 됐다. 그러나 먹거리를 공부할수록 시중 제품에 대한 아쉬움은 오히려 커졌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내 아이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구체화됐다.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것과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광고를 집행할 자금도, 소비자들에게 알려진 브랜드도 없었다. 자신이 만든 제품이 과연 시장에서 통할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이에게 먹이고 싶은 간식을 만들겠다는 초심 하나로 제품 개발에 매달렸고, 그 작은 일상의 아이디어는 결국 수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브랜드의 시작이 됐다.
“안 되면 친척들이랑 우리가 다 먹지, 정말 그 정도 마음이었어요(웃음).”
첫 생산이 시작되던 날 그는 제조공장뿐 아니라 포장재 공장까지 직접 찾았다. 자신의 브랜드가 인쇄된 포장지가 기계에서 한 장씩 완성되는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머릿속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이 되는 순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예상과 달리 소비자들의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공동구매와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졌고, ‘죄책감 없이 줄 수 있는 간식’이라는 후기가 이어졌다. 그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단순한 평가로 넘기지 않았다. 제품 사진이 올라오면 직접 댓글을 남기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떤 점이 좋았고 무엇이 아쉬웠는지 살폈고, 그렇게 쌓인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다음 제품을 개발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됐다.
“그 당시엔 나와 같은 부모를 만난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분들이 남긴 이야기가 결국 제품을 개선하는 밑거름이 됐고요.”
국내 최초 제품 개발…K-고구마 간식을 꿈꾸며
‘리얼이구마’가 자리를 잡아가던 무렵 임 대표는 또 한 번 도전에 나섰다. 아이들이 길고 가는 스틱 형태의 간식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국내 최초로 츄러스 형태의 고구마 스틱 ‘빼빼구마’를 기획한 것이다. 그는 “단순히 제품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구마 간식의 새로운 형태를 제안하는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참고할 제품이 없었던 만큼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했다. 어렵게 성형 금형을 새로 제작했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원물 100% 고구마는 굵기를 조금만 바꿔도 쉽게 부러졌고, 길이를 늘리면 식감이 달라졌다. 아이들이 손에 쥐고 먹기 좋은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협력사와 1년 넘게 테스트를 반복하며 조금씩 답을 찾아갔다.
“‘이쯤하면 됐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아마 첨가물을 넣으면 제조 과정이 이처럼 고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먹일 수 있는가’라는 철학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싶었거든요.”
결국 임 대표는 원물 100%를 유지하면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업계 최초 레토르트 멸균 방식을 적용했고, 제조 공정까지 새롭게 설계했다. 그러나 성공은 오래 기쁨으로만 남지 않았다. ‘빼빼구마’가 시장에서 반응을 얻자 비슷한 형태의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됐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제품의 차별성보다 가격이 먼저 비교됐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도, 그 가치를 지켜내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임 대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과 설비에 먼저 투자하지만, 시장성이 확인되면 더 큰 자본과 유통망을 갖춘 기업들이 빠르게 뛰어든다. 이것이 중소 식품기업이 마주한 가장 큰 현실”이라며 “제품이 알려질수록 ‘왜 조금 더 비싼가’를 설명할 기회는 오히려 줄어드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기준을 낮추지는 않았다.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출시를 접은 제품도 있었고, 첨가물 사용을 받아들일 수 없어 개발을 중단한 사례도 적지 않았지만 원칙만큼은 지켰다. 그는 “유행은 누구나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소비자가 믿고 선택한 기준을 끝까지 지키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업 8년 차. 당시 두 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현재 16명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고구마를 활용한 건강 간식을 해외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유아 간식을 넘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제품군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일을 하며 만나는 부모님들께 늘 말씀드려요. 제품을 고를 때는 앞면보다 뒷면의 성분표를 먼저 보시라고요. 언젠가 굳이 성분표를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아도 ‘룰루맘이라면 괜찮겠지’ 하고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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