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사건 10년…여전히 여성은 살해당하고, 페미니즘은 말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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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 행복이이 연락처 연락처 : E-mail E-mail : djnfgsdj344hg@naver.com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4-26 22:13본문
10년이 지난 2026년 현재 여성폭력은 과연 사라졌을까. 법과 제도가 보완됐지만 그럼에도 지난 3월 경기 남양주에서 20대 여성이 스토킹하던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문단 내 성폭력 가해를 고발한 여성 김현진씨는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치인들이 젠더 이슈를 정쟁화하는 사이 백래시(반격)는 심해졌고, 학문의 전당인 대학 내에서도 페미니즘을 자유롭게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생겼다.
청소년 때 강남역 사건을 접했고, 성인이 된 뒤 서울지역의 대학생이자 페미니즘 활동을 하고 있는 20대 여성 4명을 지난 4월 16일 만나 지난 10년에 대해 물었다. 이다경(24)·최수인(23)·전수진(22)·강나연씨(28)다. 이들은 서페대연(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강남역 사건 10주기 추모행동을 하고 있다. 4명의 여성 청년은 강남역 사건 이후 페미니즘을 알게 되면서 개인적 삶에 대한 태도부터 사회 구조의 불합리까지 고민하는 사람이 됐다고 했다. 정치가 여성폭력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분노하면서도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겠다고 했다.
강남역 사건은 사회 곳곳에 내재해 있던 여성폭력과 여성혐오를 수면 위로 드러낸 계기였다. 4명의 여성 청년은 사건 당시 직접 강남역에 가 포스트잇을 붙이진 못했지만, 주변 친구들과 사건에 대해 대화한 기억을 갖고 있었다. 나연씨는 ‘강남역 사건은 여성혐오 범죄’라는 문장을 이해하고 싶어 책을 찾아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을 알게 됐다. 나연씨는 “그전까지는 개념녀가 되고 싶었다. 선생님들에게 칭찬 받고 모범생으로 살아서 개념녀가 좋은 것인 줄 알았다”며 “그런데 개념녀와 김치녀, 된장녀 같은 구분이 여성혐오이자 여성을 대상화하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강남역 사건이 미친 영향은 각자의 삶에서 여성혐오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다경씨는 강남역 사건 당시엔 내용을 깊이 알지 못했지만 이후 페미니즘을 접하며 점점 그동안의 일상이 불편해졌다. 남성 게이머와 연예인의 성폭력 논란을 보며 쉽게 ‘덕질’하기 어려워졌고, 게임을 하면서 들은 성희롱과 모욕적인 말들이 ‘성차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한때 외모를 꾸미는 것을 좋아했지만 ‘내가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외모 강박에 기여하는 것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어 꾸밈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됐다. 다경씨는 “내 삶의 사소한 선택 하나하나도 사회에 미칠 영향에 비춰보면서 살아가게 됐다”며 “물건 하나를 살 때도 혹시 성차별 기업인지 아닌지를 찾아본다”고 했다.
트위터를 통해 미투운동, n번방 사건 등을 접하면서 화는 냈지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던 수진씨는 딥페이크 사건 때 충격을 받았다. 딥페이크 사건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지인, 친구, 가족, 연인에게 일어난 범죄라는 점에서 이전의 디지털 성범죄와는 또 다른 차원이었다. 수진씨는 “여성에게 안전한 관계란 존재하는가, 이렇게 불안하고 안전하지 못한 곳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분노가 있었다”고 했다. 작은 것부터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수진씨는 “이전에는 성차별의 피해자로서만 생각했는데 페미니즘을 배우면서 내 일상에서부터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하게 됐다”며 “불평등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사람으로서 더 활기가 넘치는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청년 여성들은 내가 변하고, 사회를 변하게 만드는 행동의 주체로서 나섰다. 또 이들의 관심은 다른 사회적 약자로 확대됐다. 미투운동을 거치며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수인씨는 페미니즘을 알게 된 후 겪은 변화에 대해 “제가 집회에 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혼자 간 집회는 2018년 혜화역 시위였다. 수인씨는 “나와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 느꼈고 놀랍고 벅찼다”며 “같이 구호를 외치면 법이 만들어지고 뭔가 바뀌긴 하는구나라는 감각을 체화했던 것 같다”고 했다. 대학 입학 뒤엔 서페대연 활동으로 이어갔다. 수인씨는 “처음엔 혼자여서 외로웠고 공격받는 느낌이 있었는데 서페대연에 오고 나서는 혼자 사는 삶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에 대해서 배웠다”고 했다. “노동권이나 이태원, 세월호 참사 같은 다른 사회문제로 관심이 확장됐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은 하나의 입구였다”는 게 나연씨의 말이다. 2024년 12·3 불법 계엄 후 탄핵광장에선 2030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4명도 광장에 나가 ‘성차별하는 윤석열 OUT’ 깃발을 들었다.
동시에 지난 10년은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도 심해진 시간이었다.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페미니스트를 낙인찍고 공격하는 일들이 반복됐다. 수인씨는 “중학생 때였던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페미니즘 리부트(재부흥) 시기여서 주변에 페미니스트 친구가 많았고 페미니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백래시가 심해진 2019년부터 학교에서 페미니즘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 됐다”며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 매장당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어떤 주장이든 경계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던 대학사회에서도 페미니즘은 유독 공격을 받았다. ‘에브리타임’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난 글이 회자했다. 나연씨는 코로나19 시기에 대학의 모든 체제가 온라인화된 때를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바뀐 기점으로 분석했다. 나연씨는 “2020년까지 남초 동아리에서 활동했을 땐 MT에서 남자들과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원탁에 둘러앉아 토론하면서 강남역 사건이 왜 문제인지, 불법 촬영 범죄는 개인의 문제 아닌지 등의 말이 나왔는데, 어쨌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그렇다고 그 남자들이 나를 공격하거나 어디에 (내 신상을) 올리는 것은 아니었다.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나연씨는 “그런데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커뮤니티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현실과 에브리타임이 구분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온라인에서의 혐오 표현은 현실의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공학 전환 반대 투쟁을 한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일 등이다. 최근까지도 젠더 이슈에 대한 집회·시위가 열릴 때 참가자들은 마스크와 모자, 선글라스를 쓰고 얼굴을 가린 채 참여한다. 나를 드러내 사회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집회·시위의 본질이지만 페미니스트에 대한 낙인과 공격, 조롱이 정당한 사회참여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다경씨는 4년여간 주변에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숨겼다고 했다. 친한 친구들에게만 ‘나 페미야. 페미니즘 동아리 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도경씨는 “무섭고 두려웠다”고 했다.
대학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어떤 때는 반페미니즘 입장에 선다. 다경씨는 “인권센터에 (혐오표현에 대한) 제보를 했지만, 딱히 되는 게 없었다. 한번은 너무 답답해서 과제에도 써서 냈는데 교수님도 아무 말이 없었다”고 했다. 수업에서도 페미니즘, 젠더, 여성 같은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간극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경씨는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감이 잘 안 온다”며 “현실에서 ‘페미야. 저리 꺼져’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는데 온라인에서는 많다”고 했다. 수진씨도 “에브리타임에서 노골적으로 페미니스트를 욕하거나 혐오적인 글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일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살아 있는 대학생들을 볼 때는 어느 정도로 페미니즘을 싫어하는지 알 수 없다”며 “페미든, 안티페미든 까놓고 말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진씨는 또 대학 내의 삼엄한 분위기가 ‘샤이 페미’를 만들어낸다고 봤다. 수진씨는 “캠페인을 하면서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대학생들이 많다고 느꼈다”며 “안전하게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수 없는 분위기 때문에 모이거나 행동하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정치 영역에서 여성은 필요할 땐 호명됐다가 안 필요할 땐 지워졌다. 윤석열 정부는 대놓고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 했다. 여성혐오를 부추기는 정치인도 많았다. 이재명 정부 들어 바뀌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민주당은 2030 여성을 ‘빛의 혁명’으로 치켜세웠지만 비동의 강간죄 도입과 차별금지법 제정 등 구체적인 젠더 이슈에 대해선 소극적이다.
나연씨는 “정치권이 페미니즘을 갈등 요소로만 보는 것 같다”며 “여성이라서 죽는다는 말은 남자가 나쁘다는 것 자체라기보다는 젠더 권력과 사회구조가 문제라는 뜻인데 정치권은 현상적인 갈등으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나연씨는 “이재명 정부를 보면서 묘하게 이상한 느낌이 든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생리대값을 내리라고 했고 스토킹 범죄를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했다. 말들은 있는데 실질적으로 여성폭력을 해결할 의지를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근본적인 변화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경씨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이 성폭력을 정쟁의 도구로 본다. 우리 사안일 땐 최대한 꼬리를 잘라 타격을 입지 않는 데만 집중하고, 국민의힘 사안일 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그래서 국민의힘은 안 된다는 식”이라며 “여성폭력이 해결돼야 한다는 요구가 와닿지 않는 것 같고, 정말 바꿀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경씨는 “여성들도 여성폭력 의제를 해결해줄 사람에게 표를 주겠다는 것으로 더 많이 결집하고 보여줘야 한다”며 “탄핵광장에 모였던 여성들이 각자 있던 곳으로 많이 돌아갔지만 지금 다시 또 모여야 할 때가 아닐지 지방선거를 앞두고 생각한다”고 했다.
4명의 여성 청년은 앞으로도 페미니즘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페미니스트로서 또 다른 페미니스트를 만나고, 더 많은 페미니스트를 만들어내고, 페미니스트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이들은 말했다. 수인씨는 “죽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고 했고, 수진씨는 “모두가 동등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다경씨는 “경쟁이 덜해지면 좋겠다. 경쟁이 너무 심하니까 옆의 사람을 쉽게 미워하고 혐오한다”며 “누가 어떤 폭력을 당했을 때 진심으로 공감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앞으로 이들은 어떤 세상을 만들까.
[주간경향]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중교통 관련 공약이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수도권 교통카드 통합을 공통 의제로 제시했고, 일부 후보들은 무상통근이나 단계적 전면 무상 대중교통 구상도 내놨다. 국민의힘은 70세 이상 시내버스 무료화와 농어촌 지역 ‘우버’ 방식 호출형 이동서비스 도입 등을 교통 공약으로 발표했다.
교통비 부담 완화를 내세운 정책이 확산하는 흐름이다. 다만 이러한 공약은 지하철망과 촘촘한 정류장, 다양한 노선과 짧은 배차 간격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은, 수도권 중심의 대도시에서 주로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금 부담 완화뿐 아니라 실제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의 존재 여부가 정책 체감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이용률 격차로 드러난 접근성 차이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 등이 소속된 프로젝트그룹 ‘기후정치바람’이 지난 2월 진행한 제3차 기후위기 인식조사에 따르면 K패스 이용 경험률은 서울, 부산, 인천 등 대도시에서 35~40%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원 14.0%, 충북 16.7%로 20%에 미치지 못했다. 동일한 제도임에도 지역 간 이용률 격차가 2배 이상 발생한 것이다.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탈 교통수단이 없다”는 응답이 주요하게 나타났다. 강원과 충북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해당 응답이 절반 안팎을 차지했다.
국토교통부 대중교통 현황조사(2022년)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버스 배차 간격은 10.1분인 반면 강원 71.1분, 충남 66.6분, 경북 70.7분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은 사실상 ‘1시간 1대’ 수준이다. 전국 159개 시군 가운데 50개는 대중교통 사각지역, 85개는 취약지역으로 분류된다.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2020년)에서도 도보 15분 이내 대중교통이 없는 마을은 2224곳(5.9%)으로 집계됐다. 2015년 879곳(2.4%)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4월부터 9월까지 K패스 환급 기준을 완화하고, 출퇴근 시차 시간대 환급률을 최대 30%포인트 인상하는 등 혜택을 확대했다. 그러나 교통 소외지역의 ‘탈 교통수단’ 확충 없이 추진되는 이러한 정책 확대는 지역 간 이용 격차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은 “강원, 충북 등 수도권 외 광역 단위에서는 생활권 개념의 교통 체계가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다”라며 “농어촌 지역과 수도권 중소도시의 1인당 자동차 석유 소비량을 비교하면 증가율이 농어촌 지역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교통 인프라 부족이 농촌의 자동차 의존과 에너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요금감면·무상교통 정책은 대중교통 인프라의 개선 및 확충이 전제될 때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K패스와 같은 환급형 제도는 지역 간 이용 여건 차이로 인해 정책 효과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반복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하철이 없는 지역에서는 버스가 공공교통의 핵심 수단이지만, 그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김상철 위원장은 “광역 교통 중심 정책에 비해 생활권 단위 버스 체계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에 대중교통 이용 여건이 집중된 상황에서 지방은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라며 “무상교통도 하나의 수단이지만, 버스 공급 확대와 공공 운영 체계가 함께 구축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타고 싶어도 버스가 부족한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수요응답형(DRT) 교통수단…해법 될 수 있나
한편에서는 농어촌 지역 교통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요응답형 교통(DRT)이 제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중교통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 호출 기반 이동 서비스, 이른바 ‘농어촌 우버’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DRT는 정해진 노선과 시간표 없이 이용자의 호출에 따라 차량을 배차하고, 최적 경로로 운행하는 교통 서비스다. 버스와 택시의 중간 형태로, 대중교통 수요가 적은 지역에서 이동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다. 국내에서는 ‘백원택시’처럼 농어촌에서 저렴한 요금으로 운영되는 형태를 포함해 충남 서산·보령, 강원 평창, 경기 일부 지역 등 대중교통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DRT는 보완 수단은 될 수 있어도 대중교통의 기본 인프라로 작동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영수 위원은 “수요응답형 교통은 보완 수단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최소 서비스 수준에 대한 기준 없이 도입될 경우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라며 “농어촌 지역이라면 최소한 시간당 일정 수준의 버스 운행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투자 계획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DRT의 확대가 오히려 기존의 버스 노선을 감소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상철 위원장은 “노선버스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이용자 구성만 바뀔 뿐 전체 서비스 확대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기존 버스 노선이나 운행 횟수 축소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DRT가 기존 버스업체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존 사업자가 운영하는 구조에서는 배차 불안정, 서비스 미도달 지역 등 기존 문제도 반복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전국 각지의 농촌 현장의 주민, 활동가, 연구자들이 ‘읍면 자치권 확보’를 목표로 결성한 연대 기구, 읍면자치공동행동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면 순환버스’ 도입을 정책으로 제안했다. 읍면 단위 주민 법인이 한정 면허를 취득해 읍면 소재지와 마을을 잇는 순환버스를 직접 운영하고 지자체가 운영비를 보전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강윤정 읍면자치공동행동 사무국장은 면 순환버스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 대해 “수요응답형 서비스는 존재하지만 먼저 공급 자체가 부족하고, 정서상 혼자인 개인을 위해 호출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 때문에 이용자들이 이용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라며 “그러다 보니 정말 다급할 때가 아닌 경우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강윤정 국장은 “농촌에서는 면사무소 소재지에 주로 관공서나 은행, 시장 등이 몰려 있다. 그러나 교통이 없다 보니 생필품조차 사러가기 힘들 때가 있다. 정기적으로 다니는 면 순환버스가 있다면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와 기존 버스회사의 반대 때문에 면 순환버스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강 국장은 “현재 지역의 버스 회사들이 반발할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지자체장이 결심을 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어서 정책으로 제안했다. 또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주민이 직접 버스를 운영하기에는 제도적 장벽이 높은 만큼, 대중교통 소외지역에서 주민 법인이 공익 목적으로 운행하는 버스에 대해서는 면허 요건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 입법 공백 지속
요금 감면과 무상교통에만 집중된 현재 공약 흐름은 구조적 문제보다는 단기적 효과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일부 지역의 무상교통 사례는 정책 설계 방식에 따라 효과 차이가 나타난다. 강원 정선군은 완전공영제 도입 이후 버스 보유 대수와 운행거리를 확대하면서 승객 수가 크게 증가한 반면, 경북 청송군은 무상교통을 시행했음에도 수요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요금 정책과 함께 인프라 확대가 병행될 때 효과가 확대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교통 소외지역의 이동권 문제가 점점 심해지다 보니 이를 위한 법적 기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대중교통 스마트카드 빅데이터를 통해 교통서비스 취약지역 주민들의 이동성 악화를 분석한 결과 고령자의 경우 역세권과 비역세권 대비 통행발생비율이 13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교통 소외지역의 이동권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이동권을 권리로 보장하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권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권한”이라며 “도시에서는 그나마 무임수송 등 복지정책이 논의되지만, 농어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정책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컨대 도시에서는 고령자에게 지하철 무임승차가 유일한 복지혜택인 셈인데,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에서는 고령자 교통복지 자체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구조”라며 기본권적인 차원에서 교통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어촌 등 교통 소외지역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 발의는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아직 국회에서 통과는 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윤준병 의원이 ‘농어촌 주민 등의 이동권 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윤준병 의원이 이동권 보장 등을 포괄한 ‘교통기본법’을 발의했고, 복기왕·권영진 의원이 지자체가 필수노선 등을 지원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개정안도 발의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영수 위원은 입법 논의와 관련해 “지역별 최소 교통 서비스 수준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단순한 정책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서비스 기준과 투자 계획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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